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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 화재 출동 소방대원 “2층에 사람 많다” 정보공유 안해

중앙일보

입력

21일 오후 충북 제천시 하소동 피트니스센터에서 불이 나 소방대원들이 화재 진압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1일 오후 충북 제천시 하소동 피트니스센터에서 불이 나 소방대원들이 화재 진압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9명이 숨진 충북 제천 복합상가건물(노블 휘트니스 앤 스파) 화재 당시 “2층에 사람이 많이 갇혀있다”는 정보가 소방상황실에서 현장에 전달됐지만, 인명수색에 나선 구조대원들에게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유족들은 구조대가 2층 여자 목욕탕에 신속히 진입했더라면 희생자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며 소방당국의 초기대응을 비난하고 있다. 당시 건물 2층에서는 20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휘팀장 보고 받고도 구조대에 전달 못해…사람없는 지하 1층 수색 #합동조사단 "2층 정보 공유 제한적 아쉽다" 지적 #제천소방서 "화재진압에 주력"…인명구조 소방력 부족했다 해명

변수남 소방합동조사단(이하 합조단) 단장은 지난 6일 제천체육관에서 가진 유족들과의 간담회에서 “(2층) 정보공유가 제한적이었던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합조단 조사결과 화재가 발생한 지난달 21일 오후 3시53분 최초 화재 신고가 충북소방본부 상황실에 접수됐다. 이후 “2층에 사람이 많다. 빨리 구조해 달라”는 추가 신고를 받은 상황실은 이를 현장에 출동한 소방대원들에게 알리려 했지만, 무전이 되지 않아 실패했다. 상황실은 현장에 출동한 제천소방서 화재조사관에게 업무용 휴대폰으로 이 사실을 알렸다.

변 단장은 “오후 4시4분과 4시6분에 충북상황실에서 제천화재조사관에게 공용휴대폰으로 2층에 다수의 구조 요구가 있다는 사실을 알렸고 이를 지휘팀장에게 보고한 것으로 확인했다”며 “지휘팀장이 이 상황을 알고도 곧바로 구조대장에게 전파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29명이 숨진 충북 제천 참사와 관련해 6일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제천체육관에서 변수남 소방합동조사단장이 유족들에게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29명이 숨진 충북 제천 참사와 관련해 6일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제천체육관에서 변수남 소방합동조사단장이 유족들에게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른 곳에서 고드름 제거작업을 하느라 현장에 뒤늦게 도착한 구조대원(4명·오후 4시6분 도착)들은 3층 외벽에 매달린 사람을 구하는데 시간을 썼다. 지휘팀장 A씨는 “2층에 사람이 많다는 것은 인지했다. 하지만 주변에서 3층에 매달린 사람을 구해달라고 아우성을 쳐서 그 사람을 구조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지체됐다”고 말했다.

구조대는 오후 4시15분쯤 외벽 요구조자를 구한 뒤 2층 비상구로 향했지만 짙은 연기와 열기 때문에 진입하지 못했다. 이후 사람이 모두 탈출한 1층 지하 주차장 수색을 했다. 구조대장 B씨는 “오후 4시16분쯤 2층에도 사람이 있을 것 같아 비상계단쪽으로 진입을 시도했으나 계단 중간에서 열기와 짙은 연기 때문에 진입을 포기하고 지하 1층을 수색했다”며 “이때까지 2층에 사람이 많다는 것을 연락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2층에 사람이 있는걸 알았다면 조금 더 인력을 투입해 달라고 요청을 하고 재진입을 시도했을 것”이라며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지휘팀장으로부터 3층 구조 지시를 듣고 에어 매트 설치 등을 이행했다”고 했다.

 지난달 21일 오후 충북 제천시 하소동 8층짜리 스포츠시설 건물에서 불이 나 119 소방대가 진화 작업을 벌이는 가운데 한 시민이 에어매트로 뛰어내려 대피하고 있다. [독자 제공 = 연합뉴스]

지난달 21일 오후 충북 제천시 하소동 8층짜리 스포츠시설 건물에서 불이 나 119 소방대가 진화 작업을 벌이는 가운데 한 시민이 에어매트로 뛰어내려 대피하고 있다. [독자 제공 = 연합뉴스]

이상민 제천소방서장은 이날 오후 4시16분 화재조사관과 지휘팀장에게 지휘권을 이양받으면서 “2층에 사람이 갇혀있다”는 보고를 받는다. 합조단 조사결과 이 서장은 2층 유리벽을 깬 오후 4시38분까지 1층 주차장 화재진압과 LP가스 탱크 폭발방지, 8층 난간에 있던 사람에 대한 구조에 주력했다. 이 서장은 “1층 주차장 화재와 LP가스 탱크 폭발이 우려돼 화재 진압을 우선 지시했다”며 “주변에서 많은 분이 2층에 사람이 많다는 얘기를 했지만, 당시 소방력으로는 2층에 진입할 여력이 안 됐다”고 말했다.

2층 진입 지시는 1층 불길이 수그러든 오후 4시33분에 이뤄졌다. 실제 구조대 2층 진입은 유리벽 파괴를 거쳐 오후 4시 43분에 이뤄졌다. 화재 최초신고 이후  50분이 지나서였다. 이때는 2층에 있던 20명이 모두 사망한 뒤였다.

유족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상황전파만 제대로 됐다면 2층 진입을 다시 시도해 인명피해를 줄였을 것”이라며 “오후 3시59분과 4시16분 2층에 있던 희생자와 통화를 한 유족도 있는데 현장 구조대에 이 사실이 전파되지 않은 사실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합조단은 오는 11일 오후 2시 유족들에게 현장대응과 관련된 최종 조사결과를 설명할 예정이다.

29명이 숨지고 29명이 다치는 대형 참사가 발생한 충북 제천시 하소동 소재 8층 건물 스포츠센터에서 22일 국과수와 소방청, 가스공사 등 요원들이 화재현장을 감식하고 있다. [중앙포토]

29명이 숨지고 29명이 다치는 대형 참사가 발생한 충북 제천시 하소동 소재 8층 건물 스포츠센터에서 22일 국과수와 소방청, 가스공사 등 요원들이 화재현장을 감식하고 있다. [중앙포토]

제천=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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