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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철·오거돈 출마 여부 따라 부산시장 판세 출렁일 듯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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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5호 07면

[신년기획] 2018년 지방선거 지형 분석 <하>

역대 전국 단위 선거에서 최대 승부처는 늘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이었다. 6·13 지방선거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이번엔 부산·경남(PK)이란 또 하나의 격전지가 추가될 전망이다. 보수정당의 아성으로 불리던 이곳에 더불어민주당이 문재인 대통령 출신 지역이란 프리미엄을 내세우며 강력하게 도전장을 내밀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 프리미엄 vs 보수당 아성 #여야 PK 수성·탈환 자존심 대결 #한국당, 텃밭인 TK도 안심 못 해 #안희정 불출마 후 중원 경쟁 치열

이에 질세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도 ‘PK 수성’에 대표직을 걸고 나섰다. 홍 대표가 “이곳만은 반드시 지키겠다”며 목표로 내건 6곳 중 인천을 제외한 5곳이 영남(부산·경남·울산·대구·경북)에 집중돼 있는 것은 그만큼 수성에 대한 위기의식이 크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정당 지지도는 어느새 민주당에 추월당했고 광역단체장 후보군도 밀린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내친김에 안희정 충남도지사라는 차기 주자를 앞세워 충청 지역도 석권할 기세다. 이를 통해 서울~대전~부산으로 이어지는 경부선을 장악할 경우 자연스레 지방선거 승리를 거머쥘 수 있을 것이란 계산이다. 부산의 승패가 전체 판세를 좌우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이유다. 광주와 전남북으로 이어지는 호남선도 국민의당의 도전 속에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부산 3자 구도 땐 2.5%P 차이 박빙

중앙SUNDAY가 여론조사 분석 전문기관인 윈지코리아컨설팅과 공동으로 지난해 19대 대선 득표율과 현재 정당 지지도를 종합 분석해 지방선거 구도를 예측해 본 결과도 이 같은 상황 인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민주당과 한국당, 제3정당(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의 통합 신당) 등 3자 구도를 가정할 경우 한국당은 대구·경북(TK)에서 앞서 있지만 부울경(부산·울산·경남)에선 박빙 우세거나 열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 부산은 민주당 38.9%, 한국당 41.4%로 2.5%포인트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 제3정당은 14.8%였다. 게다가 북·강서·사상구와 기장군 등 4곳은 민주당 우세 지역으로 분류됐다. ‘부산의 강남’으로 불리는 해운대구도 38.6% 대 41.7%로 3.1%포인트 차에 불과했다. 선거의 양대 핵심 변수인 구도와 인물 중 현재까지의 구도가 이처럼 엇비슷하게 나온다면 인물 경쟁력의 비중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2~3%는 어떤 후보를 내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뒤바뀔 수 있는 수치다.

그런 점에서 키는 민주당이 쥐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이미 지역 정가에서 거론되는 여권 후보만 4~5명에 달한다. 부산이 지역구인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과 박재호·최인호 의원에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이름도 심심찮게 오르내린다. 여기에 가상대결 1위를 다투는 오거돈 전 해수부 장관이 지난해 말 민주당 복당을 전격 신청하면서 후보군이 차고 넘치는 상황이다. 반면 야권은 서병수(한국당) 현 부산시장과 김세연 바른정당 의원 정도만 상수로 거론되고 있다.

변수는 이 전 수석의 출마 여부다. ‘문재인의 남자’로 불리는 그가 출마를 결심할 경우 부산시장 선거는 지역 단위를 훌쩍 넘어 여야 자존심 대결로 확대될 공산이 크다. 이에 대해 한 측근은 “현지에서 출마 요청이 크긴 하지만 이미 여러 후보가 거론되고 있고 여론도 나쁘지 않아 굳이 본인까지 나설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라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전·현직 해수부 장관 등 경쟁력 있는 후보들이 나서고 있는 만큼 판세가 급변하지 않는 한 물밑 지원에 전념하겠다는 얘기다.

한국당의 또 다른 아성인 대구도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1995년 민선 체제 출범 후 한 번도 대구시장을 내준 적이 없었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된 뒤 이상기류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중앙일보 가상대결에서도 김부겸(민주당) 행정안전부 장관이 한국당 후보를 10~30%포인트 차로 여유 있게 제쳤다. 바른정당도 한국당과의 정면 대결을 선언하며 삼파전을 예고하고 나섰다. 바른정당 내에서는 “대구 선거에 당운이 걸린 만큼 유 대표가 직접 출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아직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안희정 지사의 3선 불출마 선언 이후 중원을 장악하기 위한 여야 샅바 싸움도 뜨겁다. 역대 선거에서 충청은 늘 승패의 바로미터가 됐다. 2014년 지방선거 때도 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이 대전·세종·충남·충북 등 충청 지역 4개 광역단체장을 싹쓸이하며 희비가 갈렸다.

이번에도 민주당은 안 지사의 지원을 등에 업은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과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지낸 박범계 의원 등을 앞세워 방어에 나설 태세다. 이에 맞서 한국당도 김태흠·이명수 의원과 박성효 전 대전시장 등이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중앙SUNDAY 분석에서도 충남에서 3자 구도가 형성될 경우 민주당 38.4%, 한국당 34.6%로 박빙 양상을 보이고 있다.

호남은 박지원 선전 여부 주목

호남은 민주당이 각종 지표와 조사에서 압도적 우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당이 몇 개의 광역·기초단체장을 확보할지가 관심사다. 두 당은 최근 두 번의 선거에서 1승씩을 나눠 가졌다. 2016년 총선에서는 국민의당 돌풍에 민주당이 3석밖에 얻지 못한 데 비해 지난해 대선 때는 문 대통령이 완승을 거뒀다. 최근 정당 지지율도 민주당이 크게 앞선다.

하지만 호남 민심이 이번엔 또 어떤 전략적 선택을 할지는 뚜껑을 열어 봐야 알 수 있다는 게 공통된 관측이다. 삼세판의 승자가 누가 될지 속단하긴 아직 이르다는 얘기다. 특히 현지 정가에서는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이 분당 사태를 뚫고 전남도지사 선거에서 얼마나 선전하느냐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국민의당이 현역 의원들을 앞세워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승부수를 띄울 경우 광역단체장도 쉽지 않은 선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신홍 기자 jbje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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