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뉴스분석] 집권 7년차 김정은, 국제사회 컨트롤 박스 안으로 들어온 듯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565호 03면

뉴스분석

남북 관계가 새해 들어 상전벽해(桑田碧海)다. ‘서울 핵 불바다’ 운운하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변신이 놀랍다. 그가 1일 신년사에서 ‘평창 겨울올림픽 대표단 파견’을 밝힌 후 일주일 동안 남북 관계는 급물살을 타고 있다. 9일 판문점에선 858일(2년4개월) 만에 당국 간 대화가 열린다. 북한은 정말 변한 것일까.

김정은 신년사에 ‘핵’ 여전하지만 #패럴림픽 폐막까진 안심해도 될 것 #쌓인 난제 많아 … 차근차근 풀어야

첫 번째 궁금증은 추가 도발이 없을까 하는 점이다. 일단 평창올림픽 개막(2월 9일)부터 패럴림픽 폐막(3월 18일)까지는 안심해도 될 듯하다.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성공 개최’를 공언한 데다 그가 보낸 대표단이 평창에 머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가족을 포함한 대표단을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올림픽을 망쳤다간 국제사회의 큰 반발을 자초한다. 하지만 4월 이후는 장담하기 어렵다. 김정은 신년사에는 ‘평창’보다 ‘핵’ 키워드가 더 앞서 있다. 종착역은 워싱턴이란 점에서 북한의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무력시위는 불가피하다. 정영태 북한연구소장은 “지난해 가을 75일 휴지기에 기술을 보완해 ‘화성-15형’을 쏜 패턴이 재연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는 한·미 합동 군사훈련 문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연기’를 관철시켰다. 불씨는 남아 있다. 연기 조치에 고무된 북한이 집요한 ‘중단’ 공세를 펼칠 공산이 크다. 9일 회담에서 북한은 이를 초반 기세 잡기용으로 써먹을 수 있다. 한·미는 4월 훈련 재개를 검토하고 있지만 대통령 특보인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 등은 8월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과 합치자고도 제안한다. 훈련 축소를 제도화하려는 주장이란 비판이 거세 남남 갈등을 부를 수 있다.

봇물 터진 남북 관계가 어디까지 치달을까는 세 번째 궁금한 대목이다. 정부의 ‘고위급 현안 논의’ 복안과 달리 북한은 ‘실무’에 치중한다. 개막일까지 불과 한 달밖에 남지 않아 북측의 평창 방문 경로와 수단, 체류 일정 등을 논의하기도 빠듯하다. 다만 설 명절(2월 16일)을 계기로 한 이산가족 상봉은 북한의 구미를 당길 수 있다. ‘최고 명절’로 여기는 김정일 국방위원장(2011년 사망)의 생일(2월 16일)이기도 해 생색을 낼 소재다. 김정욱 목사 등 장기 억류 중인 우리 국민 6명의 석방도 북한이 카드로 쓸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개성공단 재가동이나 금강산 관광 재개, 대북 투자·경협 등은 국제사회 대북제재의 울타리를 넘기 어려워 한계가 있다.

네 번째는 평창에 올 북한 손님의 면면이다. 현재로선 김영철 노동당 통일전선부장과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 최휘 국가체육위원장 등 3인방이 유력하다. 김정은이 이들 셋을 콕 집어 채비를 지시했기 때문이다. 최근 2인자로 부상한 최용해 당 조직지도부장을 내세워 대표단 격을 올릴 수도 있다. 아예 여동생 김여정을 파견해 바람몰이를 할 가능성도 점쳐지지만 직계 혈족을 한국과 국제언론에 노출시키는 부담도 있어 김정은이 막판까지 고심할 가능성이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최용해 등 제재 대상 인물이 올 경우에도 국제스포츠 행사란 점이 고려돼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다섯 번째는 북한 참가를 둘러싼 우리 사회의 갈등이다. 북한 대표단의 돌출행동이 불거지면 남남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 문 대통령이 5일 “북한 문제가 어렵지만 더 어려운 건 내부 의견의 분열”이라고 언급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신년 벽두 불어닥친 평양발 대화 기류는 긍정적 측면이 적지 않다. 김정은이 집권 7년차 만에 한국과 국제사회의 컨트롤 박스 안으로 들어왔다는 점에서다. 대북 압박의 효과 덕분이라는 게 정부 판단이다. 다만 스키 슬로프를 직활강하듯 과욕을 부리다간 자칫 낭패를 볼 수 있다.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yjle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