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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장남이라 혜택만 받은 줄 아는 동생들이 야속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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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구의 이상가족(34) 

저는 3남매의 장남입니다. 우리 세대 부모님이 그러하듯 저도 부모님의 온 기대를 다 받으며 자랐습니다. 서울로 공부하러 가고 결혼하고 직장에 사표 내고 나와 제 사업장을 꾸리면서 부모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부모님이 제게만 그러신 것은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동생들에게 소홀하셨던 것은 사실입니다.

간병. [중앙포토]

간병. [중앙포토]

그것은 제게 항상 마음의 빚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부모님이 편찮으셔서 서울에 올라오시면 당연히 제가 부모님을 모시고 병원에 가서 병원비를 지불했고, 입원하시면 저와 제 아내가 병간호했습니다. 집안 대소사에 드는 소소한 비용도 모두 제가 처리했죠.

금융재산만 있을 시 법정상속분 따라 자동 상속 #자동 상속 부당할 경우 상속재산분할 신청 가능 #기여분 인정되면 더 받을 수 있어

어머니를 요양병원에 모셔야 할 때까지 간병인 비용이며 병원비를 모두 제가 지출했고, 어머니께서 돌아가신 뒤에는 아버지를 우리 집 가까운 데로 모시고 1주일에 한 번씩 들여다보며 살았습니다. 저는 제힘 닿는 대로 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제 안사람이 고생이 많았습니다.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사랑을 모두 보답했다고는 말할 수 없어도 불효자식은 아니었다고 저는 믿습니다.

그런데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얼마 되지 않아 상속세를 내는 과정에서 동생들과 불화가 생겼습니다. 동생들은 제가 아버지 재산을 모두 받았다고 오해하고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시골집과 전답을 팔고 저희 동네로 이사하시면서 제게 재산관리를 맡기셨습니다. 저는 그 돈 대부분을 주식에 투자해서 큰 이익을 냈습니다. 이익을 낸 돈은 제가 따로 갖지 않고 정기예금과 보험 등의 금융상품으로 남겨뒀습니다.

아버지 상속재산은 아파트 전세보증금과 금융상품이라 세금 내고 우리끼리 적절히 나누면 될 텐데, 동생들은 제가 아버지 돈을 유용했기 때문에 남은 재산은 자기들끼리만 나눠야 한다고 합니다. 이익을 낸 돈을 제가 따로 챙긴 것도 아니고, 그 돈도 나눠 가지려 했는데 제 진심을 몰라주는 동생들이 야속합니다.

배인구의 이상가족

배인구의 이상가족

배인구 변호사가 답합니다

제가 법원에서 근무하면서 상속분쟁사건을 담당할 때였습니다. 1년 정도 상속분쟁을 보면서 알게 됐습니다. 상속인들이 부모의 재산을 두고 다툴 때 경제적인 이해가 대립하면 오히려 쉽게 해결이 되지만 형만, 누나만, 남동생만, 막내 여동생만 사랑받았다고 느낄 때 치열하게 다툰다는 것을 말입니다. 상속인들은 자기들이 받는 몫을 돌아가신 분의 사랑이라고 치부하고 있다는 것을요.

아마 사례자의 동생들은 부모님 살아 생전에 형만 존중받았다고 생각하시겠죠.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부모님 재산을 정산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님에게서 받았어야했을 사랑과 애정을 정산하고 싶어하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례자 입장에서는 부모님께 오히려 많이 해드렸고, 재산관리도 잘해서 상속받을 재산을 일궈놓았는데 동생들이 그것을 몰라주는 것이 야속하시겠죠. 남도 아니고 동생들과 큰 소리를 내면서 다투실 수도 있으니 더욱 괴로우실 겁니다. 언젠가는 사례자의 마음을 동생들이 알아줄 날이 오겠지만, 법원의 도움을 받으실 수도 있습니다.

상속재산. [중앙포토]

상속재산. [중앙포토]

원칙적으로 금융재산만 남아 있는 경우 피상속인이 사망했을 때 상속인들에게 법정상속분에 따라 자동으로 상속됩니다. 그러나 상속재산으로 가분채권(금전채권처럼 나눠 받더라도 그 가치나 성질이 손상되지 않는 채권)만 있는 경우 자동 상속이 부당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공동상속인 중에 초과특별수익자가 있는 경우 ▲특별수익이 존재하거나 기여분이 인정되어 상속인들에게 분할되어야 하는 구체적인 상속분이 법정상속분과 달라질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등입니다. 이 때는 상속재산분할을 통해 공동상속인들 사이에 형평을 기할 필요가 있으므로 예외적으로 가정법원에서 상속재산분할을 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16. 5. 4. 자 2014스122 결정 참조).

사례자는 두 번째 경우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금융재산을 상속분에 따라 기계적으로 나누면 사례자가 그동안 쓴 비용이나 주식투자로 불어난 재산이 감안되지 않아 사례자에게 불리하게 된다는 뜻입니다. 사례자 외에 다른 상속인에게 특별수익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여분이 인정되면 사례자가 금융재산의 상당 부분 분할받을 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동생들과 조정을 하다 보면 동생들이 오해를 풀고 형이 재산을 가로챈 게 아니라 오히려 이 재산을 일구었다는 것을 인식하는 계기가 될 것 입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했죠. 상속분쟁에서 조정이 성립되자 당사자들이 치열하게 다툰 것을 다 잊고 진한 포옹을 하면서 화해를 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사례자께도 그런 행운이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 집 주변 요양병원, 어디가 더 좋은지 비교해보고 싶다면? (http:www.joongang.co.kr/Digitalspecial/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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