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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관계자 "총리 팔아 로비했을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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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이해찬 국무총리의 '3·1절 골프 로비 미수 사건'의 핵심 인물인 류원기씨가 회장으로 있는 영남제분 주식을 집중 매수해 특혜 의혹을 사고 있는 한국교직원공제회의 서울 여의도 공제회관. 오종택 기자

청와대가 이해찬 총리의 3.1절 골프모임에 대해 초강도의 전면조사에 들어감에 따라 진상 파악 여부가 주목된다.

이병완 비서실장은 9일 "노무현 대통령은 사실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면서 "현재 (3.1절 골프모임과 관련한)사실 관계를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청와대의 조사 결과는 이 총리의 향후 거취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사정 당국 관계자는 "골프모임 참석자들이 이 총리와의 친분을 배경으로 로비를 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한 사실이 있느냐에 조사의 핵심이 모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고위 공직자들이 사법 처리 전력이 있는 기업인들과 어울려 다니면서 골프모임을 벌인 것이 과연 공직자의 처신으로 적절했느냐는 대목도 포함돼 있다"고 덧붙였다.

◆ 누구를 부르나=3.1절 골프모임에 참석했던 전원이 대상이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에는 검찰과 경찰에서 적지 않은 수사 전문가들이 파견돼 있기 때문에 진상 규명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민정수석실은 우선 이기우 교육부 차관을 부를 방침이다. 이해찬 총리가 부산 지역 경제인들과 연결된 과정에서 이 차관의 역할이 무엇이었는지를 규명하기 위해서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이 총리의 성격상 부산의 상공인들로부터 직접 로비를 받았을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면서 "하지만 이 총리가 어떻게 그들을 만나게 됐는지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이 차관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평수 교원공제회 이사장도 조사 대상이다. 그는 부산이 고향으로 이 차관과 같다. 이 차관과 김 이사장, 영남제분 류원기 회장은 이번 골프모임 이전에도 여러 차례 골프 회동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청와대는 이들이 어떤 커넥션을 맺고 있었는지 규명할 방침이다. 공정거래위 관계자들도 조사 대상에 포함돼 있다. 언론에서 제기한 봐주기식 고발을 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청와대는 3.1절 골프모임에 참석했던 영남제분 류 회장 등 부산지역 상공인들도 개별적으로 만나 확인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해찬 총리가 청와대의 조사를 받을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하지만 조사를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이 총리 본인의 해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조사할 내용은=3.1절 골프모임의 성격이다. 총리실은 그동안 "단순한 골프모임"이라고 강조해 왔다. 하지만 참석자 중 상당수가 로비를 한 흔적이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이 때문에 부산지역 기업인들이 골프를 기화로 이해찬 총리를 끌어들인 뒤 이 총리와의 친분관계를 앞세워 로비를 벌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청와대의 조사는 "최초로 이들과 이 총리를 맺어준 인물이 누구냐"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는 로비가 실제로 성공했는지의 여부다. 여권 관계자는 "3.1절 골프 참석자 중 일부가 이 총리의 이름을 팔아가며 로비를 시도해 성공시켰을 가능성도 있는 게 아니냐"면서 "나중에 언론에 의해 그런 사실이 폭로되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온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청와대가 먼저 진상을 확인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교원공제회가 영남제분 주식을 대량 인수한 것이 정상적인 거래였는지 정밀하게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골프 참석자들이 공동 투자한 삼미건설이 관급공사를 대량 수주하며 급성장한 과정에서 특혜가 있었는지도 조사할 계획이다.

최현철 기자<chdck@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jongt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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