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北 장웅 IOC 위원 "좋은 소식 있을테니, 조급해말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남북 관계가 풀릴 기미를 보이는 가운데 민간 분야에서도 ‘연하장 접촉’이 이뤄지는 등 관계 개선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남측이 이끄는 세계태권도연맹(WTF) 서울사무소에 북측의 국제태권도연맹(ITF)가 새해 연하장을 보냈다고 WTF 관계자가 4일 전했다.  이 관계자는 “북측 ITF가 남측에 이같은 연하장을 보낸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한때 WTF와 긴장 관계를 빚어오기도 했던 ITF가 먼저 손을 내민 셈이다.
 국제 스포츠 외교 무대에서 남측 WTF와 북측 ITF는 각자가 태권도의 적자(嫡子)임을 주장하고 있다.

장웅 북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 지난해 6월 국제태권도연맹(ITF) 시범단을 이끌고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는 모습. 김현동 기자

장웅 북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 지난해 6월 국제태권도연맹(ITF) 시범단을 이끌고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는 모습. 김현동 기자

 지난해 6월 전북 무주에서 WTF가 주최한 세계태권도선수권 대회에 ITF가 참석하면서 남북 교류의 기대감이 일시적으로 높아졌으나 실제 성과로 이어지진 못했다. 장웅 명예총재는 대회 직후인 지난해 7월 미국의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남북 교류 물꼬가 트일 거라는 생각은) 좋게 말하면 천진난만하고 나쁘게 말하면 절망적”이라고 했었다.
 그러다 분위기가 지난해 11월쯤 변하기 시작했다. WTF 관계자는 “지난해 11월경 장 위원을 만났는데 ‘좋은 소식이 곧 있을 것이다. 조급해 말라’고 하더라”며 “남측 정부가 회담 제의 등 여러 요구를 하는데 왜 그리 서두르느냐며 곧 소식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최문순 강원지사가 중국 쿤밍(昆明) 국제유소년(U15) 축구대회에서 문웅 북한 선수단장을 만나 합의를 했다는 것도 지난해 12월이다. 지난해 겨울 즈음부터 북측의 분위기가 해빙 모드로 돌아선 셈이다.

북한 국제태권도연맹(ITF)에서 남측 세계태권도연맹(WTF)에 보내온 새해 연하장. [중앙일보]

북한 국제태권도연맹(ITF)에서 남측 세계태권도연맹(WTF)에 보내온 새해 연하장. [중앙일보]

 ITF는 연하장을 조정원 WTF 총재 앞으로 지난해 12월28일 e메일을 통해 전송했다. 발신자는 이용선 ITF 총재로 돼 있으며 영어로 “I wish you a happy and prosperous New Year 2018(행복하고 풍요로운 2018년 새해를 기원합니다)”라고 적었다. 바탕에는 얼어붙은 강가가 조금씩 녹고 있는 장면에 눈꽃이 덮인 나무 그림이 그려져 있으며, 한글로 ‘태권도’가 인쇄돼있다.

북한 국제태권도연맹(ITF)은 남측 세계태권도연맹(WTF) 조정원 총재 앞으로 새해 연하장을 보냈다. [중앙포토]

북한 국제태권도연맹(ITF)은 남측 세계태권도연맹(WTF) 조정원 총재 앞으로 새해 연하장을 보냈다. [중앙포토]

 평소 남측에 연하장을 보냈던 북한의 대남 관련 기구들도 새해 연하 메시지를 보냈다. 대남 기관인 북측 민족화해협의회(북측 민화협)는 지난 1일자로 남측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남측 민화협)에 팩스로 ”새해 2018년을 맞이하는 귀 단체에 따뜻한 인사를 보낸다. 우리는 새해에 귀 단체가 북남선언들을 고수ㆍ이행하여 민족의 화해와 단합을 도모하고, 자주통일을 위한 활동에서 성과를 거두게 되리라는 기대를 표명한다”는 내용의 팩스를 보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