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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출동도 빈익빈 부익부…제천과 합정 무슨 차이 있길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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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3시 서울 마포구 서교동 한 공사장에서 일어난 화재. 4분 만에 소방차 14대와 소방 인력 40여 명이 투입돼 제천 화재와 대조를 이뤘다. 공사장 내부에 폐 보온재 등 가연성 물질이 쌓여있어 많은 연기가 났다고 소방당국은 설명했다. 인명피해는 없었다.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3일 오후 3시 서울 마포구 서교동 한 공사장에서 일어난 화재. 4분 만에 소방차 14대와 소방 인력 40여 명이 투입돼 제천 화재와 대조를 이뤘다. 공사장 내부에 폐 보온재 등 가연성 물질이 쌓여있어 많은 연기가 났다고 소방당국은 설명했다. 인명피해는 없었다.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지난 3일 오후 3시 서울 마포구 서교동 공사 현장에서 시커먼 연기가 피어오르자 관할 마포소방서 인력 40여 명이 긴급 출동했다. 이후 인근 서대문소방서 등의 지원을 받아 총 99명이 현장에 투입됐다. 화재가 일어난 곳은 예식장 철거 공사가 진행 중인 현장으로 현장에는 작업 중이던 인부 6명이 있었지만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3일 합정역 화재 1차 출동 소방 인력 40명, 제천 13명 #진압 전담 인력도 20여 명으로 제천 7배 #지방 소방 인력 충원율 50% 안팎에 그쳐 #'선착대' 인력 골든타임과 직결되지만 턱없이 부족 #

반면 지난 12월 21일 충북 제천시 하소동에 위치한 스포츠센터에서 일어난 화재에 1차 출동한 인원은 13명으로, 그 중 의무소방대원과 현장조사 인력 등을 제외한 진압대원은 단 3명이었다. 불이 확 번지던 당시 단 3명이서 수 백명이 동시 이용하는 다중이용시설에서 일어난 대형 화재의 초기 진압을 맡은 것이다. 신고 뒤 5분 안에 현장에 도착해야 하는 '선착대'(1차 출동 인력)는 화재 진압의 골든타임과 직결되는 척도다.

소방청에 따르면 선착대 역할을 하는 서울 시내 119안전센터의 충원율은 99%다. 인구와 면적을 고려해 산정한 기준 인력은 3050명, 실제 배치된 인력은 3019명으로 큰 차이가 없다.

반면 충북은 1332명이 필요하지만 실제 배치된 인력은 576명(충원율 43%)에 불과하다. 실제 제천 화재 현장에 선착대로 투입된 제천시 중앙안전센터의 소방공무원은 24명으로 교대 근무 중이던 오후조 전원이 1차로 현장에 투입됐지만 그 인원이 9명에 불과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안전센터뿐 아닌 구급대와 구조대, 항공대 등을 모두 합친 전체 소방력도 서울과 그 외 지역 간 큰 차이를 보였다.

서울 소방 공무원 충원율은 전국에서 가장 높은 94%다. 반면 충북(49%)은 필요한 소방 인력의 절반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었으며 전남(51.3%), 경북(51%) 제주(53%) 등은 간신히 절반을 넘긴 수준에 그쳤다. 서울에 이어 2위를 차지한 대전의 충원율도 79.6%에 불과했다.

관할 지역의 면적 격차도 문제로 지적된다. 제천소방서의 관할 면적은 883㎢로 서울 소방서 평균(25㎢)의 35배에 달했다. 3곳뿐인 제천 내 안전센터의 관할 면적(294㎢)은 서울 안전센터 1개소 평균(5.2㎢)의 56배다.

제천소방서 관계자는 “지방 중소도시는 소방서와 안전센터의 관할 지역이 넓어 골든타임 내에 현장에 도착하는 것이 어려울 뿐 아니라 인근 소방력 지원받는 데도 어려움 있다”고 말했다.

실제 서교동 사고 현장과 서교안전센터 거리는 직선 280m에 불과했다. 서교안전센터는 신고 3분 뒤 현장에 도착할 수 있었던 이유다. 제천 사고가 일어난 두손사우나헬스 건물과 제천중앙 119안전센터 간 직선거리는 2.5km다. 관할 중앙안전센터는 소방 골든타임으로 불리는 5분을 2분 넘긴 신고 7분 뒤 현장에 도착했다. 화재는 통상 7~8분 내 열과 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최성기에 도달한다.

제천 선착대가 현장에 도착한 것은 화염이 이미 건물을 집어삼킨 이후였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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