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란 혁명수비대 진압 전면에… 시위 진정 국면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12월 30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한 대학생이 최루탄 연기가 자욱한 가운데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해 12월 30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한 대학생이 최루탄 연기가 자욱한 가운데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민생고를 호소하며 전국에서 사망자를 낸 이란 시위가 발발 일주일 만에 잦아드는 분위기다. 이란 당국이 혁명수비대를 배치하는 등 강경 진압을 예고한 데다 시위대의 구심점이 없어 조직력이 약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동 종료됐다"… 21명 사망, 산발 시위 이어져 #'미국 등 외세 배후' 친정부 보수 집회도 '맞불' #

모하마드 알리 자파리 이란 혁명수비대 총사령관은 3일(현지시간) “오늘로써 선동이 종료됐다고 선언한다”면서 "더 이상 폭동이 나지 않게 이스파한, 로레스탄, 하메단 주에 혁명수비대를 제한적으로 배치했다"고 밝혔다. 이들 3개 주는 시위가 가장 격렬했던 지역이다.

자파리 총사령관은 또 "가장 큰 시위 규모는 1500여명에 불과했고 전국적으로 1만5000명이 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2009년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재선에 항의하는 ‘녹색 운동’ 사태 때도 혁명수비대가 강경 진압에 나서면서 30~80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바 있다.

관련기사

자파리 총사령관은 이와 함께 "지난달 29일 이후 많은 폭도가 검거됐다"면서 "이들은 이란에서 반혁명 조직과 '무자헤딘에-할크(MKO)'의 훈련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고 발표했다. MKO는 파리에 본부를 둔 대표적인 이란 반체제 조직이다. 이란 시위의 배후로 미국·이스라엘 등 외세 개입을 지목한 하산 로하니 대통령의 인식을 뒷받침하는 주장이다.

지난달 28일 북동부 마슈하드에서 시작된 시위는 유혈 충돌로 번져 엿새 동안 21명의 사망자를 냈다. 수도 테헤란에서만 450명 이상이 체포됐다. 2일 밤까지 산발적인 시위가 10개 도시에서 열렸지만 규모는 줄었다고 현지 통신원이 CNN에 전했다.

지난해 12월 30일(현지시간)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선 반정부 시위에 맞선 강경파들의 친정부 집회가 열렸다. [AP=연합뉴스]

지난해 12월 30일(현지시간)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선 반정부 시위에 맞선 강경파들의 친정부 집회가 열렸다. [AP=연합뉴스]

애초 기름값 인상과 보조금 삭감 등 민생 문제로 촉발됐던 시위는 로하니 정부의 실정과 이슬람 신정 체제에 대한 비판으로 확산됐다. 시위대 안에선 종교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겨냥한 ‘성직자에게 죽음을’ 등의 비판 구호가 난무했다.

이란에선 이날 오후 반정부 시위에 ‘맞불’ 성격으로 정부와 최고지도자를 지지하는 대규모 집회도 열렸다. 아흐바즈, 콤, 케르만샤, 호람샤흐르, 이스파한, 아바단 등 주요 지방 도시에서 수만명이 모여 최고지도자에게 충성하는 구호와 함께 반미, 반이스라엘 구호를 외치는 장면 등이 이란 국영 방송을 통해 생중계됐다. 매체는 이들이 최근 며칠 새 벌어진 '폭력'에 항의하려고 모였다고 설명했다.

제3세대(나슬레 세봄) 젊은 층을 중심으로 시위대를 결집시킨 인터넷 사용도 제한되고 있다. 메신저 앱 텔레그램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 등이 3일 밤 접속 이상을 보였고 시위 관련 게시물도 줄어들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한편 이란 시위의 원인이 된 경제·민생 악화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 하에서 파기 위기에 놓인 이란 핵합의의 불완전성에도 원인이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일 지적했다.

이란은 2016년 버락 오바마 전임 미국 정부 주도로 서방 6개국과 역사적인 이란 핵 합의를 타결했다. 제재 완화의 온기가 이란 국민들에게 퍼지지 않은 상태에서 온건파 로하니 정부가 추진해 온 경제 개혁이 성과를 내지 못한데다 트럼프 정부 들어 외국 투자자의 움직임도 주춤한 것이 최근 경제 악화의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이란은 2016년 국내총생산(GDP)이 12.6% 상승했지만 리얄화 가치가 지난 5월 이래 10분의1로 하락했다. 아마디네자드 정부에서 40%에 이르렀던 물가상승률이 10% 선으로 완화되긴 했지만 12%가 넘는 실업률이 해결되지 않고 있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