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남북 간 비공개 회동 뒷얘기 “유승민과 탁구 치더니 분위기 좋아져”

중앙일보

입력

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중앙포토]

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중앙포토]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지난해 말 중국 쿤밍에서 문웅 북한 축구단장 등 북한 관계자들과 접촉했던 남북 간 비공개 회담의 뒷얘기가 공개됐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평창 대표단 파견 가능성을 언급하자 이 비공개 회담이 뒤늦게 주목받았다.

3일 이 회담에 동석했던 박상철 경기대 부총장은 MBC라디오 ‘양지열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문웅 단장이 대단한 실권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북 당국과 합의할 수 있는 채널을 갖춰 결과론적으로 볼 때 김정은 신년사에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박 부총장은 “남측 사람들은 남북대화를 적극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니 어색한 게 없었지만 북 당국자들은 ‘샤이하다’고 생각했다”면서도 “최소한 평창 올림픽에 북한 선수단이 참여할 것이라는 흐름이 있었기 때문에 어색함은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재미있던 일화로 함께 간 멤버 중 탁구선수 출신 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과의 탁구 시합을 꼽았다. 박 부총장에 따르면 우리 쪽 참석자와 유 위원이 한 팀이 되고, 북측 간부 두 명이 한 팀으로 탁구 복식 경기를 갑작스럽게 가졌다. 그런데 우리 쪽 참석자의 실력이 좋지 않아 유 위원이 들어갔는데도 북측 간부들에 졌다고 한다. 박 부총장은 “북한 사람이 탁구 좋아하지 않나. 탁구 치다 보니 상당히 분위기는 좋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이 문재인 정부가 제안한 조건 없는 회담에 응하리라고 본다”며 “북한 입장에서도 지금 아니면 대화 카드를 내기 힘들다”고 봤다. 다만 “판을 더 키우는 것은 통일부의 능력”이라고 강조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