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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기울어진 전쟁’ 뛰어든 미국인 … 무엇을 위해 싸웠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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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스페인 내전

스페인 내전

스페인 내전,
우리가 그곳에 있었다
애덤 호크실드 지음
이순호 옮김, 갈라파고스

스페인 내전은 한국전쟁과 함께 20세기 주요 내전이자 국제전·대리전이다. 각기 제2차 세계대전과 냉전의 전개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스페인 내전, 우리가 그곳에 있었다』가 한국전쟁과 마찬가지로 특히 미국에서 ‘잊혀진 전쟁’인 스페인 내전을 오늘의 역사 속으로 다시 끄집어냈다. 지은이 애덤 호크실드는 하버드대 출신 역사가·언론인이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인 이 책의 영문판 부제는 『스페인 내전의 미국인들, 1936~1939』이다.

1936년 2월 스페인 총선에서 자유주의·좌파·세속주의·페미니즘의 연합인 인민전선이 승리해 공화파 정부를 수립했다. 이에 대항해 프란시스코 프랑코(1892~1975) 장군이 군사반란을 일으켰다. 프랑코는 군부·대지주·자본가·왕당파·파시스트·가톨릭교회 등으로 구성된 국가주의파의 지지를 받았다.

독일과 이탈리아에게 스페인 내전은 제2차 세계대전을 위한 ‘연습 게임’이었다. 이탈리아는 병력 8만 명을 투입했고 독일은 최신 무기를 실험했다. 양국은 국가주의파에 요즘 돈 70억~100억 달러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원했다. 그러나 민주국가 영국·프랑스·미국은 공화파를 외면했다. 공화파는 대신 소련에 지원을 요청했다. 결과적으로 스페인 내전은 공산주의와 파쇼주의라는 양대 국제 전체주의 세력의 각축장이 됐다. 내전이 국제전이자 대리전으로 확산된 과정이다.

공화파 편에서 싸우기 위해 전 세계 50개국에서 4만 명이 몰려들었다. 그 중 미국인은 2800명이었다. 다수가 뉴욕 출신, 노조운동가, 이민자, 유대인, 공산주의자였다. 어니스트 헤밍웨이(1899~1961), 조지 오웰(1903~50) 등 공화파 편에 선 다국적 의용군에게 스페인 내전은 민주와 반민주, 선과 악의 대결장이었다. 그들은 이상주의와 1860년대 생산된 소총으로 무장했다. 그러나 ‘기울어진 전쟁터’에서 승리는 프랑코의 것이었다. 스페인에서 독재가 종식된 것은 프랑코가 사망한 1975년이었다.

김환영 논설위원 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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