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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진서 ‘붉은 닭’ 보내고, 정동진서 ‘황금 개’ 맞이 어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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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충북 제천시 복합상가 건물 화재, 경북 포항 강진, 어금니 아빠의 살인 사건 등 유난히 상처 많은 정유년(丁酉年)이 저물고 있다. 상처가 클수록 그릇됨·사악함을 미리 깨지 못한 아쉬움과 후회가 남는다. 하지만 이제 다시 시작해야 할 시간이다. 희망을 품을 때는 빨간빛의 새해 기운만 한 게 없다. 지방자치단체가 꼽는 해넘이·해돋이 명소를 소개한다.

정서진 노을종서 보는 일몰 장관 #궁평항·향일암 낙조에 별미 즐겨 #정동진·호미곶 해맞이 행사 풍성 #마포 하늘공원, 도심서 일출 감상

수도권 대표 해넘이 명소인 인천 서구 정서진(正西津·왼쪽)의 ‘노을종’ 사이로 보이는 낙조가 장관을 이룬다. [사진 인천시]

수도권 대표 해넘이 명소인 인천 서구 정서진(正西津·왼쪽)의 ‘노을종’ 사이로 보이는 낙조가 장관을 이룬다. [사진 인천시]

◆잘 가시‘계(鷄)’, 붉은닭띠해 해넘이 명소=수도권 대표 해넘이는 인천 서구 정서진(正西津)이다. 서울 광화문 도로원표석을 기준으로 정서 쪽이다. 일출하면 떠오르는 강원도 강릉 정동진(正東津)과 대칭이니 긴 말 필요 없다. 정동진 일출이 희망·새 출발이라면, 정서진 일몰은 낭만·그리움·환상이다. 명당자리는 ‘노을종’ 앞쪽과 경인아라뱃길 ‘아라전망대’. 전망대에서는 영종대교 너머로 뉘엿뉘엿 지는 해를 감상할 수 있다. 주변 먹을거리로는 남동구 구월동 밴댕이 골목을 추천한다. 얇게 썰어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 밴댕이회 무침 비빔밥도 지나치면 서운하다. 중구 차이타운·동화마을 등 관광지도 지척이다.

경기도에서는 화성 서신면 궁평항과 안산 단원구 시화 나래휴게소 전망대가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다. 궁평항 방파제 끝자락 정자에 서면 만선 깃발을 단 어선 뒤로 떨어지는 일몰에 저절로 카메라 셔터를 누르게 된다. 먹을거리는 역시 신선한 해산물이다. 쫄깃한 생선회, 칼칼한 매운탕, 깔끔한 바지락 칼국수 등을 직판장에서 맛볼 수 있다. 부녀회에서 운영하는 식당도 입맛이 좋기로 소문나 있다. 궁평항 남쪽 10㎞ 길이의 화성호 방조제는 드라이브 코스로 제격이다. 탁 트인 바다 위로 떨어지는 낙조와 어우러진 인천 송도국제도시의 야경도 볼만하다.

충남 태안군 안면읍 꽃지해수욕장은 서해안 3대 낙조로 유명하다. 물때가 맞으면 바닷물에 잠긴 할미·할아비 바위 사이로 떨어지는 해를 보는 ‘호사’도 누릴 수 있다. 정유년 마지막 날인 31일 할미·할아비 바위를 배경으로 저녁놀 축제가 열린다. 연날리기, 떡국 나눔, 소망 풍선 날리기, 불꽃놀이가 진행된다. 꽃지해수욕장 인근 기암 기지포해수욕장은 탁 트인 해변, 고운 모래사장, 시원한 바람 등을 갖춘 일몰 명소다.

남도에서는 전남 여수 돌산읍 향일암(向日庵)이 대표적인 일몰·일출 명소다. ‘해를 바라본다’는 뜻의 향일암은 금오산 절벽에 있다. 기암절벽 위에 서면 바다 수평선 너머로 해가 지고 떠오르는 장관을 볼 수 있다. 여수시는 31일부터 새해 첫날까지 돌산읍 임포마을 일원에서 제22회 향일암 일출 축제를 연다. 여수를 찾는다면 밥도둑 게장과 톡 쏘는 맛이 일품인 갓김치는 꼭 맛봐야 할 별미다. 전남 고흥 남열해돋이해변, 장흥 정남진 전망대, 강진 고바우 공원 전망대, 영광 백수 해안대로, 진도 세방낙조, 해남 땅끝마을 등도 일출·일몰 명소로 손꼽힌다.

강원도 정동진(正東津)은 정서진과 대칭으로 해돋이로 유명하다. 시민들이 희망차게 떠오르는 붉은 해를 보며 소망을 기원하고 있다. [사진 강릉시]

강원도 정동진(正東津)은 정서진과 대칭으로 해돋이로 유명하다. 시민들이 희망차게 떠오르는 붉은 해를 보며 소망을 기원하고 있다. [사진 강릉시]

◆어서 오시‘개(犬)’, 황금개띠해 해돋이 명소=역시 강원 강릉의 정동진을 빼놓을 수 없다. 한없이 펼쳐진 수평선 위 어둠 속에서 퍼지는 발간빛이 백미다. 인근 모래시계 공원에서는 1일 0시가 되면 세계 최대 모래시계(무게 8t)를 돌리는 행사가 진행된다. 이때 화려한 불꽃놀이는 덤이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빙상경기 개최도시인 강릉답게 컬링체험도 준비했다. 서울역과 강릉역을 잇는 경강선 고속철도(KTX)개통으로 더욱 가까워진 경포 해변도 주목할 만하다.

정동진이 도로원표석을 기준으로 정동 쪽이라면, 경북 포항 호미곶은 한반도의 동쪽 끝이다. 지명 자체가 ‘호랑이 꼬리 마을’이라는 의미(虎尾串)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일출명소로 잘 알려져 있다. 매년 30만명 정도가 찾는다. 황금 개띠해의 해 기운을 가장 먼저 받고 싶다면 호미곶이다. 이런 명성에 매년 지역 최대 규모의 해맞이 행사가 열린다. 지난 11월 15일 규모 5.4 지진 여파 탓에 행사가 열릴 수 있을지 우려가 컸지만, 예정대로 진행된다. 해군 6전단 축하비행, 평창겨울올림픽 성화봉송 채화 등이 행사에 포함됐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안전한 축제가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도심 속 해돋이를 즐기고 싶다면 부산 해운대다. 31일 오후 11시 59분 45초부터 15초간 광안대교에서 경관조명을 이용한 새해맞이 카운트다운 행사가 열린다. 시민들의 새해 소망을 담은 메시지를 소개하는 이벤트도 함께 진행된다. 부산 용두산공원에서 33회의 시민의 종 타종식이 끝난 뒤 새해 1일 0시15분부터 1분간은 화려한 불꽃축제다. 이어 오전 6시부터 3시간 동안 광안대교 상층부를 전면 개방, 바다 한 가운데 위에서 새해를 맞는 추억을 선사한다.

새해 기운을 받는 것도 좋지만, 꽉 막힌 교통체증이 반갑지 않다면 서울 마포구 하늘공원이다. 하늘공원에서는 매년 1월 1일 소망과 안녕을 기원하는 해맞이가 열린다. 올해는 사자탈춤놀이, 대북공연 등 문화공연 외에 새해 소원지작성 등 이벤트도 마련됐다. 고양시 덕양구 행주산성도 수도권 내 손꼽히는 일출 감상지다. 올 1월 1일 AI 확산 우려로 해맞이 행사가 열리지 않았는데도 2만여명의 인파가 몰렸다. 시민 안정희(40·서울 화곡동)씨는 “무술년에는 웃는 날이 많은 해가 되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인천·태안·강릉·여수·부산=김민욱·신진호·박진호·김호·이은지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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