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2015년 합의' 흠결 확인…이 합의로 위안부 문제 해결될 수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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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위안부 TF의 조사결과 발표를 보면서 대통령으로서 무거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지난 합의가 양국 정상의 추인을 거친 정부간의 공식적 약속이라는 부담에도 불구하고, 저는 대통령으로서 국민과 함께 이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점을 다시금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2주년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하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를 따뜻하게 안아주고 있다. 왼쪽은 길원옥 할머니. 2017.8.15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2주년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하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를 따뜻하게 안아주고 있다. 왼쪽은 길원옥 할머니. 2017.8.15청와대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은 이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밝힌 ‘입장문’을 통해 “2015년 한ㆍ일 양국 정부간 위안부 협상은 절차적으로나 내용적으로나 중대한 흠결이 있었음이 확인되었다. 유감스럽지만 피해갈 수는 없는 일”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는 역사문제 해결에 있어 확립된 국제사회의 보편적 원칙에 위배될 뿐 아니라, 무엇보다 피해 당사자와 국민이 배제된 정치적 합의였다는 점에서 매우 뼈아프다”며 “또한 현실로 확인된 비공개 합의의 존재는 국민들에게 큰 실망을 주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또 한번 상처를 받았을 위안부 피해자 여러분께 마음으로부터 깊은 위로를 전한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이어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실”이라며 “진실을 외면한 자리에서 길을 낼 수는 없다. 우리에게는 아픈 과거일수록 마주하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통스럽고, 피하고 싶은 역사일수록 정면으로 직시해야 한다”며 “그 자리에서 비로소 치유도, 화해도, 그리고 미래도 시작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터 앞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 위로 비가 내리고 있다.   사흘 뒤인 오는 27일에는 한일 정부 간에 이뤄진 일본 위안부 문제 합의 내용에 대한 외교부 장관 직속 태스크포스(TF)의 검토 보고서가 발표될 예정이다. 일본은 합의 준수를 주장하는 상황인 만큼 이번 보고서의 내용은 한일 관계의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연합뉴스]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터 앞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 위로 비가 내리고 있다. 사흘 뒤인 오는 27일에는 한일 정부 간에 이뤄진 일본 위안부 문제 합의 내용에 대한 외교부 장관 직속 태스크포스(TF)의 검토 보고서가 발표될 예정이다. 일본은 합의 준수를 주장하는 상황인 만큼 이번 보고서의 내용은 한일 관계의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연합뉴스]

한ㆍ일 관계에 대해서는 “저는 한ㆍ일 양국이 불행했던 과거의 역사를 딛고 진정한 마음의 친구가 되기를 바란다”라며 “그런 자세로 일본과의 외교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역사는 역사대로 진실과 원칙을 훼손하지 않고 다뤄갈 것”이라며 “동시에 저는 역사문제 해결과는 별도로 한ㆍ일간의 미래지향적인 협력을 위해 정상적인 외교관계를 회복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정부는 피해자 중심 해결과 국민과 함께하는 외교라는 원칙아래 빠른 시일 안에 후속조치를 마련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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