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만에 나온 일본의 반격 "양국 관계 관리 불능될 수도"

중앙일보

입력

일본의 반격은 오후 5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시작됐다. 일본군 위안부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TF)가 보고서 발표를 시작한지 2시간여만이었다. 그 형식과 강도 모두 강력한 수준이었다.

고노 다로

고노 다로

일본은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거나 브리핑을 하는 형식이 아니라 ‘외무대신 담화’라는 공식적이고 무거운 방식을 일부러 택했다. 중동을 방문중인 고노 다로( 河野太郎) 외상이 현지에서 직접 반발 담화를 낸 것이다. 담화에 담긴 내용의 수위도 예상보다 더 셌다.

"관리 불능"극한 표현으로 불쾌감 최대한 드러낸 듯 #日 관방부장관 "북한 상황 보면 양국 협력 필요한데"

특히 ‘이미 이행되고 있는 합의를 변경하려고 한다면 양국 관계가 관리 불능이 될 것’이란 대목에 대해선 일본 내부에서도 "이례적으로 강력한 표현을 통해 불쾌감을 일부러 드러내려 한 것 같다"는 해석이 나왔다.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관방부장관도 이날 기자들에게 TF 보고서와 관련,"양국의 합의 이행을 어렵게 하는 내용이라면 받아들일수 없다"고 말했다.

27일 고노 다로 일본 외상이 발표한 담화.도쿄=서승욱 특파원

27일 고노 다로 일본 외상이 발표한 담화.도쿄=서승욱 특파원

TF 보고서에 이어질 한국 정부의 조치와 관련해 미리 '파기나 재협상은 물론 약간의 수정에도 응할 수 없다'는 쐐기를 박아두겠다는 게 일본 정부의 의도로 보인다.

 이날 고노 외상의 담화는 위안부 합의가 ‘민주적으로 뽑힌 정상들 아래에서 (정부)모든 레벨의 노력끝에 이뤄낸 합의’였음을 강조했다. 합의 도출 과정에 정당성을 부여하면서 만약 수정 요구가 있을 경우 전적으로 한국 정부의 책임이라는 점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날 일본 정부 인사들은 “(위안부 합의는)양 정부간 합의이면서도 국제사회에서도 높이 평가를 받았다”(고노 외상),“북한의 현재 상황을 보면 양국이 더욱 더 협력해야하는데, 한국도 그렇게 인식해 줬으면 좋겠다”(니시무라 관방부장관)고 했다. 위안부 합의에 대한 한국측의 검증 작업이 국제사회의 인식이나 상황과는 동떨어져 있음을 은근히 부각한 셈이다.

한편 이날 일본언론들은 TF의 발표 직후부터 관련 내용을 서울발 주요 뉴스로 다루며 보고서 내용을 상세히 소개했다.

NHK는 “보고서 내용은 주로 전 정부의 대응에 문제가 있었다는 내용으로 일본 정부의 자세에 대해서는 깊이 파고 들어가지 않았다”면서“ ‘피해자의 입장에선 책임문제가 해소되지 않는 한 돈을 아무리 받아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며 위안부들과 여론의 이해를 얻을 수 있는 해결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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