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서울대 총장 간선제 바람직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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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서울대 평의원회가 총장 직선제를 간선제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평의원회는 오늘부터 교수들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뒤 간선제 도입 여부를 결정한다. 간선제로 바꾸면 5월로 예정된 총장 선거부터 실시할 계획이라고 한다. 서울대에선 2년 전에도 대학 측이 간선제 도입을 검토했으나 반대 교수가 많아 포기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번에는 교수 대표.외부인사로 구성된 최고 심의의결기구인 평의원회가 적극 나섰다는 점에서 의미가 매우 크다.

우리는 서울대 평의원회의 결정을 환영한다. 총장 직선제는 군사정권 시대에서 민주시대로 진입하던 1990년대 초에 도입돼 거의 모든 국립대와 일부 사립대에서 실시되고 있다. 직선제는 교수사회의 총의(總意)를 모은다는 명분이 있지만 10여 년이 흐르면서 과열 선거에 따른 흑색선전, 편 가르기, 보직 나눠 먹기 등 부작용이 많아진 것도 사실이다. 일부 대학에선 정치판의 타락선거를 뺨 친다는 비아냥까지 나왔다. 오죽했으면 이를 보다 못한 국립대 출신 여당의원이 지난해 국립대에서 총장 직선제를 할 경우 선거관리위원회가 총장 선거를 관리하는 개정 교육공무원법을 발의해 만들었겠는가. 정부가 대학 자치권을 침해한 것은 심각한 문제지만 이런 상황에 이르게 한 대학에도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 서울대 평의원회가 간선제에 눈을 돌린 주된 이유는 이렇게 개정된 교육공무원법 때문이라고 한다. "정부의 위탁관리를 받느니 간선제 도입을 검토하자"는 것이다.

정부가 임명하는 총장제도에는 문제가 있다. 대학의 자율성이 침해받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직선제 역시 앞서 지적한 폐해로 보아 적절한 방법은 아니다. 세계의 유수한 대학 중 이런 직선제를 택하는 대학은 없다. 세계적인 대학의 총장 선정 방식을 참조할 필요가 있다. 교수, 동문 출신, 재단 등 모두가 참여하는 총장추천위원회 등을 통한 간선 방식이 대세다. 대학이 쓸데없는 선거 열풍에 휩싸이기보다 본연의 업무인 교육과 연구 발전을 위해서도 이 제도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