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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 해외공장 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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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조선업체들이 잇따라 해외에 조선소와 블록(선박 구성품, 선박 건조의 기본 단위) 공장을 짓고 있다. 선박 수주가 크게 늘고 있지만 국내에선 생산을 늘리기 힘들어서다.

삼성중공업은 7일 중국 산둥성 룽청시에서 현지 블록 공장 착공식을 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2008년 말까지 모두 3억5000만 달러를 들여 60만 평의 부지에 블록 및 해양설비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삼성중공업은 1단계로 2008년 1월까지 1억 달러를 투자해 20만 평 규모의 블록 공장을 지은 뒤 2단계로 블록 공장을 증설하고 해양설비 공장도 건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공장이 완공되면 해마다 20만t의 블록과 30만t의 해양설비를 생산하며, 이는 경남 거제조선소 생산능력의 절반에 해당한다.

산둥성 공장은 이 회사가 1997년 설립한 저장성 닝보 블록 공장에 이은 두 번째 해외 공장이다. 룽청시는 공장 유치를 위해 ▶20만 평 50년간 임대▶전기.용수 등 인프라 지원▶흑자 전환 후 2년간 법인세 면제 등의 파격적인 조건을 제공했다. 다른 조선업체들도 해외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루마니아에서 조선소를 운영 중인 대우조선해양은 현재 중국 산둥성 옌타이 지역에 블록 공장을 짓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필리핀 수비크만 조선수리소 인수와 아프리카 오만의 수리조선소 위탁경영도 추진 중이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장기적으로는 중국.브라질.앙골라 지역의 중소형 조선소를 인수해 세계적인 조선 네트워크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진중공업은 국내보다 훨씬 큰 조선소를 필리핀에 짓는다. 부산 영도조선소(8만 평)보다 훨씬 넓은 필리핀 수비크만의 70만 평 부지에 대형 조선소를 짓기로 하고 지난달 28일 필리핀 당국과 협정을 체결했다. 이 회사는 영도조선소를 대형 LNG선과 해양 플랜트 등 고부가가치 선박 전용 조선소로 전환할 계획이다. 중국 랴오닝성 투순시에 선박 부품공장이 있는 STX조선도 최근 랴오닝성.산둥성 지역에 블록 공장을 추가로 짓기 위해 부지를 물색하고 있다. 조선업계의 이 같은 해외 진출은 국내 조선소의 부지 확장과 인력 수급이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조선소 인근 땅값이 크게 올라 부지를 사들이기 어렵고, 인건비 부담도 많아 원가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인건비 차이가 워낙 크다 보니 중국에서 블록을 만들어 국내에 들여오면 40% 이상 원가가 절감된다"고 말했다.

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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