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병원 미숙아에 투여 영양제서 숨진 아기 혈액 속 균과 같은 균 검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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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서울 경찰청 광역수사대원들이 지난 19일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경찰청 광역수사대원들이 지난 19일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이대목동병원에서 숨진 미숙아 4명이 의료진을 통해 감염됐을 가능성이 굳어지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이하 질본)는 26일 이대목동병원이 미숙아들에게 투여한 지질 영양제에서 ‘시트로박터 프룬디’ 균이 나왔다고 밝혔다. 미숙아 혈액에서 나온 항생제 내성균과 같은 세균이다. 보건복지부는 이대목동병원의 의료 과실 가능성이 커지자 상급종합병원 재지정을 보류했다.

큰 병서 나눠 담다 오염된 듯 #의료진 통한 감염 가능성 커져 #이대병원 상급병원 재지정 보류

지질 영양제는 음식 섭취가 어려운 아이들에게 지방·열량을 공급하는 약이다. 숨진 아기들은 모두 중심 정맥으로 주사를 맞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5명이 똑같은 영양제를 썼는데 이 중 4명이 숨졌다. 그동안 감염원으로 추정된 완전정맥영양(TPN)에서는 균이 검출되지 않았다.

질본은 이대목동병원 간호사들이 이 약을 아이들에게 주사하기 전 나누는 과정에서 균을 옮겼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이형민 질본 의료감염관리과장은 “큰 병에 담긴 약을 빼서 아이들에게 나눠 준비하는 단계에서 오염됐을 수 있다. 병원 약제부보다는 중환자실에서의 준비 과정에서 오염됐을 가능성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균이 검출된 지질 영양제는 아이들이 사망하기 전날인 15일 오후에 처방됐다. 호흡 곤란이나 열이 나는 등의 이상 증세는 16일 나타났다. 사망 당일 주사된 지질 영양제에선 세균이 나오지 않았다. 13~14일에 주사된 지질 영양제는 다 써 버린 탓에 수거하지 못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방 성분이 있는 약품에서는 특히 균이 잘 자란다”면서 “통상적으로 균이 몸에 들어가고 48~72시간이 지나야 증상이 나타난다. 하지만 미숙아는 몸무게가 적기 때문에 갑자기 패혈증이 나타나 숨졌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질본은 아직까지는 균에 오염된 지질 영양제를 사망 원인으로 단정하지 않고 있다. 정확한 사망 원인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검사 등이 마무리돼야 나온다. 숨진 아기들과 함께 입원했던 신생아 12명은 특별한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변 검사 등에서 시트로박터 균이 나오지 않았다. 감염 의심 증세도 없는 상태다.

한편 이대목동병원은 이날 발표된 2018~2020년 상급종합병원 명단에서 빠졌다. 올 연말까지만 상급종합병원 자격이 유지되고, 내년 1월부터 종합병원으로 내려앉는다. 상급종합병원 지정이 보류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상급종합병원은 3년마다 재지정하는데, 이대목동병원은 재지정이 보류되면서 다음달 1일 일단 탈락한다. 신생아중환자실이 일시 폐쇄된 데다 미숙아 사망 사고에 대한 경찰 수사, 질본 역학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점이 고려됐다. 향후 의료진 과실이나 감염 관리 미비가 드러나면 완전히 탈락할 수도 있다. 이기일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신생아 사망 사건의 조사 결과를 보면서 추후 재논의한다는 계획인데, 시간이 좀 더 걸릴 수도 있다”고 밝혔다.

상급종합병원에서 탈락하면 진료비 가산율이 30%에서 25%로 줄어들고 이미지 실추도 피할 수 없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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