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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호준의 골프 인사이드] 헤드스피드 44위 토마스, 장타 비결은 ‘저회전 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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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저스틴 토머스는 티샷을 할 때 양발을 점프할 정도로 강한 스윙을 하지만 헤드스피드가 아주 빠른 축에 드는 것은 아니다. 토머스는 여러 가지 기술을 합쳐 평균 310야드의 장타를 만들어냈다. [중앙포토]

저스틴 토머스는 티샷을 할 때 양발을 점프할 정도로 강한 스윙을 하지만 헤드스피드가 아주 빠른 축에 드는 것은 아니다. 토머스는 여러 가지 기술을 합쳐 평균 310야드의 장타를 만들어냈다. [중앙포토]

2017년 최고의 활약을 한 남자 골프 선수는 저스틴 토머스(미국)다. 그의 키는 1m78cm. 체격도 호리호리한 편이다. 거구들이 즐비한 남자 투어에서 작은 편에 속하는 이 선수가 장타를 쳐서 화제였다.

정가운데 맞춰 볼스피드는 29위 #스핀 줄여 높게 띄우고 런 늘려 #평균 310야드 날려 8위로 올라 #웨지로 핀에 붙여 버디 잡기 1위 #퍼트 47위에도 올해의 선수상

그가 어마어마한 괴력을 가진 것은 아니다. 토머스는 임팩트시 두 발을 점프할 정도로 강한 샷을 하지만 그래도 체구의 한계는 넘기 어렵다. 2016~17 시즌 그의 헤드스피드는 시속 117마일로 전체선수 가운데 44위였다.

상위권이라기 보다는 중위권에 가깝다. 시속 128마일을 기록한 라이언 브램을 포함 시속 120마일이 넘는 선수는 18명이었다. 반면 토머스와 투어 평균(시속 113마일)과의 차이는 4마일에 불과하다.

그런데 토머스의 드라이브샷 거리는 평균 310야드로 8위로 치솟는다. 헤드스피드 44위인데 어떻게 거리 8위로 만들었을까.

공을 스위트스폿에 정확히 맞혀야 힘이 잘 전달되는데 이 점에서 토머스는 뛰어났다. 토머스는 헤드스피드와 볼스피드의 비율을 뜻하는 스매시팩터가 1.501로 투어 8위다.

이 과정을 통해 토머스의 스피드 경쟁력은 올라간다. 공이 헤드를 맞고 튀어나가는 볼 스피드를 29위(175마일)로 올렸다.

그래도 특급 스피드는 아니다. 볼스피드가 시속 180마일을 넘는 선수가 14명이다. 여러 차례 수술한 마흔 두 살의 타이거 우즈도 복귀전에서 180마일을 기록했다.

토머스는 발사각을 높이고 스핀을 줄여 한 번 더 도약한다. 높은 발사각+낮은 스핀은 장타를 치기 위한 이상적인 조합이다.

쉬운 게 아니다. 타이틀리스트 선수 담당 한민철 차장은 “일반적으로 여자 선수들은 드라이버를 올려 치고 남자 선수들은 내려친다”고 말했다. PGA 투어 선수들의 어택앵글은 평균 -1.3도다. 토머스는 4.8도 정도 올려 친다.

JTBC골프 박원 해설위원은 “남자 선수들도 올려치려고 하지만 다운스윙시 클럽을 끌고 내려오는 래깅 동작이 강하기 때문에 공을 내려치는 경향이 있다. 토머스는 클럽 페이스 릴리스 타이밍이 매우 뛰어나 이상적인 스윙이 가능하다”고 평했다.

공을 올려치면 스핀이 줄어든다. 그러나 올려치는 과정에서 로프트가 눕게 되면 과도한 스윙이 걸릴 수 있다. 핑 골프 우원희 테크팀 부장은 “토머스는 올려치면서도 클럽의 로프트를 유지하거나 오히려 각도를 줄이는 능력이 뛰어나다”면서 “손이 먼저 나가는 등 고난도의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토머스의 드라이브샷 발사각도는 12.49도로 34위다. 스핀량은 매우 적은 편이다(176위).

이를 통해 토머스의 경쟁력은 더욱 올라간다. 그의 캐리 거리는 평균 296.8야드로 12위다. 또 스핀이 적어 런이 많다. 그래서 평균 310야드까지 거리를 끌어올린다.

아주 빠르지는 않은 헤드스피드(44위)를 가지고 클럽 헤드 가운데 공을 맞혀서 볼스피드를 29위로 올리고, 스핀을 줄여 공을 높이 띄우면서 12위로 올라서더니, 런을 늘려 8위까지 뛰어오른 셈이다.

토머스는 스피드가 빠른 선수가 아니고 가장 효율적으로 힘을 전달하는 선수다. 그렇게 개미처럼 스피드를 모아 장타자가 됐다. 로리 매킬로이(4위), 존 람(13위), 강성훈(15)위 등은 스피드도 빠르고 효율성도 높다.

토머스는 힘들게 모은 장타를 파 5홀에서 잘 활용하지는 못했다. 지난 시즌 파 5홀 평균 성적이 4.60으로 24위에 불과하다. 가끔 욕심을 부리다 무너지는 경향이 있다.

토머스가 효율 1위로 만든 장타를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곳은 파 4홀이다. 지난 시즌 파 4홀 평균 타수가 3.94로 2위다. 장타를 쳐 놓고 웨지로 붙여 버디를 잡아낸다. 50~125야드에서 핀 옆에 가장 가까이 붙이는 선수가 토머스다. 토머스의 가장 경쟁력 있는 무기는 드라이버가 아니라 웨지였다.

토머스의 드라이브샷 효율성 (1위)

● 44위 헤드스피드(시속 117마일)를
● 스위트 스폿에 맞혀서(스매시팩터 8위)
● 볼스피드 29위(175마일)로 올리고
● 스핀을 줄여 높이 띄우면서 캐리 12위
● 런을 늘려 평균 310야드 8위로

성호준 골프팀장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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