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뉘우침없는 탈선 10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팔팔한 계집애들이 없어 장사가 안된다기에 도와주려했을 뿐인데 우리가 무슨 죽을 죄라도 졌나요.』
2일 오전9시 서울강동경찰서 형사계. 10대 소녀를 봉고차로 납치, 술집에 팔아넘겼던 일당 9명이 조서를 받고 있다.
긴 펑크머리에 블루진차림.매 무새부터 불량기가 흐른다. 앳되보이는 소녀 3명도 끼어 있다.
『우린 오빠들이 말을 안들으면 죽인다고 해서 따라 다녔을 뿐인데요….』
한달전 전자오락실·다방·술집등에서 알게된 이들은 그동안 여관방 2개를 빌어 혼숙하며 지내다 지난달 26일 새벽 강남의 모카페 종업원 나모양(17)을 봉고차로 납치, 안양역부근 룸살롱에 팔아넘겼다.
그러나 자신들의 행위는「인신매매」가 아니라 「직업소개」에 불과한데 『왜 죄인취급을하느냐』며 당당 (?)하게 항변한다.
담당형사가 목청을 높여 다그치자 도리어 험악한 눈초리로 거칠게 반항한다.
『그래, 죽여라 죽여!』
『나중에 두고보자』 복수를 예고하는 으름장이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같은시간, 형사계 사무실 한구석에서는 또다른 10대 1명이 쭈구려 앉아있다. 강도 강간혐의로 붙잡혀온 고교생 오모군(17).
오군은 지난달 28일 낮 강남의 M다방 화장실에서 종업원 김모양을 과도로 위협, 강제로 폭행하는등 보름동안 3명의 여자를 폭행하고 돈을 빼앗아왔다.
『학교에서는 모범생이었는데…』
수소문끝에 찾아온 아버지는 『믿을수 없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이같은 부모의 믿음의 뒤편에서 10대는 탈선의 늪으로 빠져드는 것은 아닐까. <김기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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