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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제천 참사 원인 열선? 인천· 원주 열선 화재 따져보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1일 오후 충북 제천시 하소동 복합상가건물에서 소방대원들이 화재 진압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1일 오후 충북 제천시 하소동 복합상가건물에서 소방대원들이 화재 진압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66명의 사상자(사망 29명·부상 37명)를 낸 충북 제천 복합상가건물(‘노블 휘트니스 앤 스파’) 화재 원인을 놓고 다양한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여러 원인 가운데에는 겨울철 수도관 등의 동파 방지를 위해 설치한 ‘열선’이 과열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최근 인천과 강원 등에서 열선에 의한 화재가 발생하면서 이같은 주장이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

제천 화재 원인 다양...이중 '열선'에 의한 것 주장 나와 #인천에서도 열선의 피복이 얇아지면서 전기 화재 #다행히 조기 발견돼 자체 진화, 인명피해 등 없어 다행 #강원 원주서도 이달 초 열선 화재로 산림 0.2ha 태워 #전문가 "열선 자격증 있어야, 스티로폼 아닌 불연재로"

실제 경찰 수사본부도 이 부분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불이 난 지난 21일 1층 주차장 천장에서 건물 관리인이 얼음 제거 작업을 한 뒤 불이 났다는 진술을 했기 때문이다. 건물관리인 A씨는 경찰에서 “당일 오후에도 천장에서 얼음을 제거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A씨 등이 1층 주차장 천장에서 얼음 제거 작업을 했는지, 또는 열선을 건드려 불이 났는지 조사 중이다. 경찰은 다만 “얼음을 화기로 녹이는 작업은 아니었고 도구를 사용해 청장에 붙은 얼음을 떼어 내는 작업이었다는 진술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이달 초 인천과 강원지역에서 발생한 두 건의 화재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두 지역 모두 ‘열선’에 의해 화재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25일 오전 인천시 계양구 임학동 한 주택 1층. 출입문 안쪽으로 들어서자 왼쪽 벽 일부가 검게 그을린 흔적이 보였다. 지난 8일 오전 5시45분쯤 건물 외벽에 놓인 수도배관의 동파 방지를 위해 감아 놓았던 열선에서 불이 나면서 생긴 것이다.

지난 8일 오전 인천시 계양구 임학동 한 주택 외벽에 설치된 수도배관이 얼지 않도록 설치한 열선에서 불이났다. 불은 조기에 발견돼 자체 진화해 큰 피해는 나지 않았다. 사진은 화재가 났던 현장 모습. 임명수 기자

지난 8일 오전 인천시 계양구 임학동 한 주택 외벽에 설치된 수도배관이 얼지 않도록 설치한 열선에서 불이났다. 불은 조기에 발견돼 자체 진화해 큰 피해는 나지 않았다. 사진은 화재가 났던 현장 모습. 임명수 기자

다행히 당시 지나가던 시민이 조기에 발견, 자체 진화하면서 큰 화는 면했다. 조기에 발견하지 못했다면 바로 위에 있던 플라스틱 패널과 가스관 등으로 옮겨붙어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했다는 게 한 주민의 얘기다.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인 계양소방서도 일단 ‘건물 외벽에 가설된 수도배관 열선에서 발생한 화재’로 보고 있다. 수도배관의 동파 방지를 위해 감아 놓은 열선이 노후 됐거나, 설치과정에서 꺾이거나 구부러진 곳의 피복이 약해지면서 전기가 새어 나왔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소방관계자의 설명이다. 전기장판을 접어서 보관한 경우 장판 안쪽 전선이 꺾여 전기가 제대로 흐르지 못하면서 불이 나는 것과 같은 식이라는 것이다.

계양소방서 관계자는 “열선은 일정한 온도를 유지해야 해 온도게이지 등이 별도로 설치돼 있는데 당시 화재현장의 온도게이지는 문제가 없었다”며 “어떤 이유로 열선의 피복이 얇아졌는지 확인하고 있지만 그쪽으로 전기가 새어 나오면서 불이 났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열선 자체가 불량일 수도 있는 만큼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조사 중”이라고 했다.

지난 8일 오전 수도배관을 감싼 열선에서 발생한 화재로 그을린 외벽 모습. 임명수 기자

지난 8일 오전 수도배관을 감싼 열선에서 발생한 화재로 그을린 외벽 모습. 임명수 기자

열선에 의한 화재는 강원지역에서도 있었다. 이달 2일 강원도 원주시 부론면 인근 야산에서다. 강원도소방본부는 지난 2일 오후 9시4분쯤 원주시 부론면 연못에 설치된 양수기 모터에 감아 놓은 동파 방지용 열선에서 불이 났다고 밝혔다. 이 불은 인근 산림 0.2ha를 태우고 1시간 20분만인 오후 10시24분에 진화됐다. 당시 현장에 펌프차 2대 등 차량 5대와 12명의 소방대원이 출동해 화재 진압에 나섰다. 소방당국은 이날 화재가 열선이 과열되면서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3년 동안 강원도에서만 열선 관련 사고가 66건 발생했다.

강원도소방본부 관계자는 “동파 방지용 열선의 경우 24시간 돌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열선 위에 보온재를 덮으면 과열이 일어날 수 있다”며 “당시 양수기 모터를 감아 놓은 열선 위에도 보온재가 덮여 있었다”고 말했다.

29명이 숨지고 36명이 다치는 대형 화재참사가 발생한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사고현장에서 24일 오후 국과수와 경찰, 소방, 등 합동감식반들이 최초 발화지점으로 알려진 1층 주차창 천장주변을 집중 감식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29명이 숨지고 36명이 다치는 대형 화재참사가 발생한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사고현장에서 24일 오후 국과수와 경찰, 소방, 등 합동감식반들이 최초 발화지점으로 알려진 1층 주차창 천장주변을 집중 감식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공하성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동파 방지를 위해 사용되는 열선을 아무나 설치할 수 있는 현재의 구조가 매우 위험한 것”이라며 “전기 자격증 소지자가 설치하도록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파 방지를 위해 열선을 감은 뒤 보온재로 스티로폼을 쓰는데 이는 샌드위치 패널과 똑같은 것”이라며 “스티로폼이 아닌 불연재로 감싸는 방안을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천·원주=임명수·박진호 기자 lim.myou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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