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만 되면 4번 걸려오는 전화의 정체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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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SBS '세상에 이런 일이' 방송 캡처]

[사진 SBS '세상에 이런 일이' 방송 캡처]

6년 동안 새벽 4시만 되면 4번의 전화벨이 울렸다가 이내 끊기는 박휘순(62)씨의 휴대전화. 사람의 소행일까 통신상의 오류일까.

21일 방송된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일이’에서는 6년 동안 같은 시간에 울리는 전화벨의 정체를 찾아가는 과정이 전파를 탔다.

박씨가 전화를 받기도 전에 이내 끊기는 네 번의 전화벨 소리. 사업상 전화번호를 바꿀 수 없어 6년째 새벽에 이 소리를 듣는다는 그는 “분노도 일어나고 새벽에 누군가 나에게 장난 전화를 한다는 생각에 두려움도 있다”고 호소했다.

박씨는 경찰에도 찾아가 봤지만 협박 내용이 담긴 전화나 문자가 아닌 단순 벨 소리 만으로는 조사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한다. 대신 전화가 걸려온 위치를 알 수 있었는데 공중전화였다.

박씨는 “공중전화 관리하는 부서에 연락했더니 ‘우리는 무관하다. 누군가가 할 거다’라고 얘기했다”며 “그러나 누군가가 이 시간대에 나와서 공중전화로 매일 통화한다는 게 쉽지 않지 않나. 찾아와서 얘기하든지 지속해서 전화할 이유가 없다”고 통신상의 결함을 의심했다.

하지만 제작진은 한 사람에게 6년간 공중전화의 통신상 오류가 일어나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하고 반복적으로 전화가 걸려오는 공중전화 부근에서 잠복을 시작했다.

촬영 첫째 날, 파란색 점퍼를 입고 지팡이를 짚은 남자가 4시가 되자 공중전화에 나타났다. 그러나 그는 이내 택시를 타고 사라졌다.

그리고 이튿날, 제작진은 똑같은 옷을 입고 같은 시간에 공중전화에서 전화하는 남성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박휘순 탤런트 아냐?”라며 제보자를 모른 채 하던 이 남성은 알고 보니 10년 동안 알고 지낸 고향 선배였다.

[사진 SBS '세상에 이런 일이' 방송 캡처]

[사진 SBS '세상에 이런 일이' 방송 캡처]

황당해하던 박씨는 이 남성에게 전화해 “나는 형님과 감정도 없고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새벽에 전화했는지 밝혀야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 남성은 “예전에 노래방에서 친구들이 자네를 불러달라고 했는데 안 오지 않았느냐”며 “노래방에서 놀자는 게 나쁜 것도 아니고 아파트 있는 데니까 내려오라고 했는데도 못 나온다고 했잖아. 그래서 전화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나오라는 자신의 제안을 거절한 박씨에게 무척 서운했다고 한다. 박씨는“같이 안 놀아 줬다고 그러나. 참 환장할 노릇이구먼”이라며 허탈한 듯 웃었다.

이에 대해 오윤성 순천향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숨어서 그 사람을 지속해서 괴롭힌 행동을 보면 피해망상이 있을 수 있다”며 “어떤 하나의 본인이 추구하는 것에 대해서 지속해서 집착하는 편집증적인 증상도 일부 관찰된다”고 설명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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