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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성공하고 싶다면 … 뭘 포기할지부터 정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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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25면

중앙일보·교보문고 선정 '2017 올해의 책 10'

신경 끄기의 기술

신경 끄기의 기술

신경 끄기의 기술
마크 맨슨 지음
한재호 옮김 
갤리온

[자기 계발] 글 걸음이 가볍지만 신랄하다. 에두르지 않고 정곡을 찌른다. 200만 명 넘는 구독자를 지닌 파워블로거의 글답다. 자기계발서 대부분은 빠르게 높이 많은 것을 이루며 성공할 것을 독려한다. 이 책은 그런 자기계발서에 대한 날카로운 일침이자 역발상이다. 제목의 ‘신경 쓰기’는 무심함이나 무관심과는 다르다. 허세와 거품을 거둬내고 현실을 직시하며 정말로 중요한 것을 구별해내라는 메시지다.

많은 자기계발서들은 성공을 향한 첫걸음으로 목표를 분명히 하라 조언한다. ‘나는 무엇을 즐기고 싶은가’에 먼저 답하라 요구한다. 이 책은 다르다. ‘나는 어떤 고통을 견딜 수 있는가’에 답하라고 충고한다. ‘뭘 해야 할지’보다 ‘뭘 포기해야 할지’부터 분명히 하라는 것. 성취하는 방법보다 내려놓는 방법이 중요하다.

남들과 다른 특별한 ‘나’를 추구하는 일은 불행의 씨앗이다. 자신의 자아상을 특별하고 좁고 희귀한 것으로 규정할수록 걸림돌이 많아진다. “머릿속에 담고 있는 자아상을 버리면 자유롭게 행동하고 실패하며 성장할 수 있다.” 인간관계에 서툴다면 사회성을 기른다는 목표를 정하기보다는, 그냥 그대로 자신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게 좋다. 서툴면 서툰 대로 실패를 겪으며 살아가는 게 진정한 성숙에 이르는 길이다.

정신적 자극을 받아 성취동기를 불러일으켜 행동한다는 것. 맨슨은 이 일반적인 도식을 뒤집는다. 먼저 행동하고 거기에서 자극을 받아 성취동기가 생긴다는 것. 맨슨은 이걸 ‘뭐라도 해’ 원리라고 부른다. 하찮은 일일지라도 일단 뭐라도 하라. 단순하게 시작하라. 행동이 동기의 원천이다. ‘긍정 마인드’에 대한 비판도 신랄하다. “삶은 때때로 엉망진창이라는 게 사실이고 당신이 할 수 있는 가장 건전한 일은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나아가 중요한 것은 부정이나 긍정에 휘둘리지 않는 좋은 가치를 세우는 일이다. 맨슨은 진정한 의미의 자기계발이 여기에 있다고 본다. 좋은 가치는 현실에 바탕을 두고 사회에 이로우며 나 자신이 직접 통제할 수 있다. 예컨대 정직·혁신·유연함·자립·후원·호기심·겸손·너그러움·자존감 등이다. 반면 나쁜 가치는 속임수나 폭력에 의한 지배, 늘 주목받기, 혼자 있지 않기, 늘 즐기며 살기, 모두에게 사랑받기, 부자가 되기 위해 돈 벌기 등이다.

이 책을 읽는 좋은 방법 또는 자세는 제목대로 ‘신경 끄고’ 읽는 것이다. 책 내용을 지침 삼아 따라 해야 한다는 일반적인 자기계발서 독서 태도를 버리고 나에게 와 닿는 부분을 참고하면 된다. 책의 프롤로그 첫 문장이 이렇다. ‘가장 중요한 것만 남기고 모두 지워버려라.’

배우는 책이 아니라 나에 맞게 써먹는 책, 독자가 아니라 사용자 즉 유저(user)가 될 수 있는 책. 그래서 진정한 자기계발서라 할 수 있는 책이다.

표정훈 출판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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