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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차관이 '총리 의전비서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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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인물'. 이해찬 총리가 이기우 교육부 차관을 두고 한 말이다. 그는 2월 1일 차관에 임명되기 직전까지 이 총리의 비서실장을 지냈다. 물의를 빚고 있는 부산 상공인들과의 '3.1절 골프'모임에 동행했다.

깐깐하기로 소문난 이 총리에게서 이런 극찬을 들은 그는 공무원들 사이에선 '신화'로 통하는 입지전적 인물이다. 9급으로 공직에 발을 들여놓은 지 39년 만에 '공무원의 꽃'이라는 차관에까지 오른 성공 스토리를 낳았다.

그의 인생 역정은 순탄치 못했다. 경남 거제의 빈농 집안에서 태어난 이 차관은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에 곧바로 대학 진학을 하지 못했다. '돈을 벌어 대학에 가겠다'는 생각으로 1967년 시험을 쳐 부산의 우체국에서 6개월간 조건부 서기보로 취직했다. 그러나 생활이 여의치 않자 그해 9급 시험에 응시, 고향인 거제군 교육청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그가 이 총리와 인연을 맺은 것은 1998년 김대중 정부의 정권인수위에서다. 이후 이 총리가 교육부 장관(98~99년)에 발탁되면서 장관과 교육환경국장으로 다시 만난 두 사람은 교원정년 단축 등 개혁을 밀어붙였다. '실세 장관'에 '실세 국장'이었다. 이후 3년반가량 기획관리실장을 맡는 등 승승장구하다 2003년 한국교직원공제회 이사장으로 잠시 비켜나 있기도 했다.

이 총리는 취임하자마자 바로 그를 비서실장에 앉혔다. 이 차관은 철저히 몸을 낮추는 처신으로 유명하다. "너무 윗사람 눈치를 살핀다" "의전비서관인지 비서실장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라는 지적도 있었다. 이 총리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각별한 신임을 바탕으로 이 차관은 이 총리의 개인 일정, 특히 민간인들과의 만남이나 골프 일정을 잡는 데에 일일이 관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골프 모임에 그가 참석하게 된 것과 무관치 않은 대목이다.

6일 집무실에서 만난 이 차관은 "사전에 골프 모임을 알지 못했다"고 부인했다. 그러면서 "전날 부산 쪽에서 '총리가 오시니 같이 내려오는 게 어떠냐'는 연락을 받고 긴급히 비행기표를 끊어 내려가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민, 양영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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