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하나마나한 교원평가 왜 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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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이번 평가는 전형적인 전시성 졸속 행정의 표본이라고 비난받아 마땅하다. 이것이 학교당 2000만원 정도를 지원하면서 도입했던 교원평가의 첫 작품이란 말인가. 이러고도 버젓이 교원평가를 시범실시했다고 발표한 교육부의 태도가 한심스러울 뿐이다.

교육부는 2004년 6월 교원평가 제도를 도입한다고 밝혔지만 "교단 구조조정"이라며 거세게 반발하는 전교조 등 교원단체에 질질 끌려 왔다. 부적격 교원을 퇴출시키는 평가를 하겠다던 당초 목표를 접고 단순평가제도로 약화시키더니 결국 이 모양이 됐다.

이번 같은 평가는 하나마나다. 이번에 동료 교원 간 평가에서 85% 이상이 탁월.우수 평가를 받았다. 절반 이상 학교는 동료 교원 평가 결과를 밝히지 않았다. 우리가 교원평가제를 고집하는 이유는 교단에도 선의의 경쟁을 도입해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함이다. 평가 과정을 통해 부적격한 교사들을 골라내 퇴출시키고 잘하는 교사는 북돋워 주는 것이다. 이번 같은 평가는 교육경쟁력을 위해 아무 도움이 안 된다. 오히려 학부모.학생들의 신뢰만 잃게 돼 있다. 정부는 올해 교원평가 시범학교를 늘린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식의 평가라면 늘릴 필요도 없다. 미국이나 일본처럼 엄정한 평가를 하여 결과를 연수.퇴출이나 연봉에 연결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