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아줌마] 한국 브랜드, 그것이 문제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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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날 MCM과 데렐쿠니는 자사 브랜드를 설명하는 데 매우 상반된 양상을 보였다.

먼저 무대에 오른 데렐쿠니의 디자이너 이정민 상무가 유창한 이탈리어로 작품을 소개했다. 한복의 다양한 라인을 응용해 한눈에 보기에도 한국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 디자인이었다. 계속해서 들리는 '코레아노'라는 단어에 '그가 한국을 강조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다음에 소개된 MCM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MCM 대표로 나선 디자이너는 독일인 디자이너 마이클 미셸스키. 영어로 진행한 그의 설명에서 '코리아'라는 단어는 나오지 않았다. 언뜻 봐서 MCM이 한국 브랜드라는 사실은 알 수가 없었다. 참석자들도 아디다스 출신의 미셸스키에게 관심을 보일 뿐이었다.

MCM은 한국이라는 국적을 가리고 독일인 디자이너의 유명세를 강조하는 전략을 세웠다고 밝혔다. 글로벌 시대에 굳이 한국 브랜드임을 강조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브랜드와 소유주는 분리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프랑스 명품으로 불리는 카르티에가 사실은 스위스 회사의 소유지만 그 회사의 국적은 드러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유 있는 전략인 셈이다. 가슴 한구석엔 서운함도 있었지만, 아직 'Korea'는 세계 패션계에서 약체 브랜드라는 점을 감안하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지만 MCM의 '얼굴'로 나선 미셸스키의 태도는 문제가 있었다. 문화적인 차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인터뷰 도중 그는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를 조만간 론칭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제 막 MCM과 일을 시작한 디자이너 입에서, 그것도 밀라노에 첫 진출한 상황에서 이런 말을 한다는 것은 소유주인 성주를 무시하는 처사가 아닌가. 이런 대답에 성주 관계자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반응을 보였다. 성주는 MCM의 소유주인가, 미셸스키의 서포터인가. 성주의 다음 전략이 궁금하다.

밀라노=조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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