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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내생각은

이벤트성 교육정책 그만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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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여당의 원내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공교육 살리기에 대한 비전 제시가 없었다. 국민의 높은 관심과 여야 간 치열한 대치상태를 보여주었던 사학법 재개정에 대한 언급도 일절 없었다. 농어촌 교육 살리기와 저소득층 지원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평이한 내용만 또다시 들려줬다. 우리는 누구를 믿고 교육을 해야 하는가. 일선고등학교장으로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우선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의 급식비 지원 확대가 더 시급하다. 서울 중심에 있는 인문고인 우리 학교만 해도 급식 지원을 받는 가난한 학생들이 전체 1418명 중 9.1%인 129명이나 된다. 전국적으로 보면 엄청난 숫자가 될 것이다. 연간 15조원이 넘는 유학 수요 문제, 교육예산 29조원의 절반에 육박하는 사교육비 증가 문제 등에 대한 철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8조원으로 지역 간 교육격차를 해소한다는 정부 계획을 보면 일선학교 현장과 동떨어진 이벤트성 탁상행정으로 생각돼 답답할 뿐이다.

특목고와 자립형 사립고 등도 확대할 수 없다면 우리 교육은 희망이 없다. 정부는 공교육 정상화를 교육정책의 핵심이라고 외치지만 초.중등 교육의 질적 향상을 외면한 평등 만능주의로는 학생들의 학력을 끌어올릴 수 없다. 세계 주요 국가들은 국가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학력증진에 초점을 맞춘 교육개혁을 앞다퉈 시도하고 있다. 우리는 이런 세계화 시대에 둔감한 것인가.

우리가 평준화 교육을 계속한다면 국제경쟁력에서 영원히 뒤떨어질 수밖에 없다.

요즘 교육계의 여러 현안에 대해서도 혼란이 우려된다. 세계는 교육경쟁시대인데 우리는 교육 내란 위기로 진입하고 있는 것 같다. 정치인이나 교육행정가.교육자들은 교육의 본질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그것은 '학생을 잘 가르치는 것'이다. 우리는 과연 이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가. 교육행정가들과 교육자들의 양심에 묻고 싶다.

황수연 서울 환일고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