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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환자실 많이 가는 미숙아·저체중아, 만혼과 노산에 늘고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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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학병원의 신생아중환자실 간호사가 인큐베이터 속의 신생아를 챙기고 있다. [중앙포토]

한 대학병원의 신생아중환자실 간호사가 인큐베이터 속의 신생아를 챙기고 있다. [중앙포토]

출생 후 신생아중환자실로 많이 가는 미숙아ㆍ저체중아가 만혼(晩婚)과 고령 임신의 증가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서울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연이어 숨진 신생아 4명도 미숙아다. 임신 25~34주에 태어난 이 아이들은 중환자실 인큐베이터에 머무르며 수액 주사 등을 맞아야 했다.

이대목동병원 미숙아 4명 숨지면서 관심 커져 #전체 출생아 중 7%는 임신 37주 미만 '미숙아' #저체중아 20년 새 두 배…쌍둥이 비중도 급등 #미숙아·저체중아, 질병에 취약해 중환자실로 #치료 개선에 생존율 올랐지만 인프라는 미흡 #"향후 고위험군 늘 것, 중환자실 지원 키워야"

 일반적으로 미숙아는 임신 37주 전에 태어나는 아이들을 말한다. 21일 통계청에 따르면 2005년 전체 신생아의 4.8%였던 미숙아는 지난해 7.2%(2만9390명)로 늘었다. 특히 미숙아는 쌍둥이(다태아)를 낳는 임신부에게서 많이 나온다. 일반적인 신생아(단태아)는 임신 37~41주 출생이 94.8%로 절대다수다. 반면 쌍둥이는 37주 미만 미숙아인 비율이 62.1%에 달한다. 2008년 이후 꾸준히 50%를 넘고 있다.

 몸무게가 적은 저체중아도 비슷한 상황이다. 체중 2.5kg 미만의 저체중아는 1996년 전체 신생아의 3.1%였다. 하지만 지난해엔 5.9%로 20년 새 두 배로 늘었다. 특히 체중 1.5kg 미만으로 건강상 위험이 큰 극소저체중아는 증가세가 더 가파르다. 전체 신생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같은 기간 0.17%에서 0.68%로 정확히 4배가 됐다. 이 때문에 남ㆍ여 신생아의 평균 체중은 각 3.25kg, 3.15kg으로 10년 전보다 0.04kg씩 줄었다.

17일 서울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경찰이 현장 조사 중인 가운데 관계자들이 출입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17일 서울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경찰이 현장 조사 중인 가운데 관계자들이 출입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아이가 더 빨리 나오고, 더 가벼워지는 이유가 뭘까. 결혼이 늦어지고 임신ㆍ출산 연령이 갈수록 올라가는 영향이 가장 크다. 1996년 28.1세였던 평균 출산 연령은 10년 뒤 30.4세가 됐고, 지난해엔 32.4세까지 올라갔다. 지난 20년간 산모들의 나이가 4살 정도 많아졌다는 의미다. 특히 미숙아를 낳은 엄마의 평균 연령은 더 높다. 임신 37~41주 만에 나온 일반 신생아 엄마는 32.4세지만 임신 기간 37주 미만은 33세다. 42주 이상(32세)과 비교하면 대략 한 살이 더 많은 셈이다.

  출산 연령 상승ㆍ난임 등으로 인공 수정을 시도하는 부부 사이에서 쌍둥이가 늘어난 것도 중요한 원인이다. 전체 신생아 중 쌍둥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1996년 1.4%였지만 20년 만에 3.9%로 올랐다. 35~39세(5.5%), 40세 이상(3.9%)이 24세 이하(1.4%)보다 훨씬 높다. 그 밖에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산모나 임신성 고혈압ㆍ당뇨병 등의 병이 있는 산모는 미숙아를 낳은 확률이 더 높다.

  김동석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회장은 "고령 산모는 조기 진통이 오거나 아이가 잘 자라지 않아 미숙아와 저체중아가 많은 편"이라면서 "쌍둥이를 낳는 임신부도 연령이 높은 경우가 많고, 자궁 내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태아가 빨리 태어난다"고 설명했다.

아이를 낳는 산모의 평균 연령과 쌍둥이 출산 비율이 해마다 꾸준히 늘고 있다. [자료 통계청]

아이를 낳는 산모의 평균 연령과 쌍둥이 출산 비율이 해마다 꾸준히 늘고 있다. [자료 통계청]

 이러한 미숙아나 저체중아는 일반적인 신생아보다 질병에 취약한 경우가 많다. 면역 체계가 발달하지 않아 각종 감염에 노출되기 쉽다. 미숙아 사망률은 1000명당 23.7명(2015년)으로 37주 이상 출생아(1.1명)의 20배 이상이다. 특히 태아가 엄마 자궁 속에 머무르는 시간이 짧고 출생 시 몸무게가 작을수록 건강 상태는 떨어지는 편이다. 이 때문에 미숙아가 태어나면 대부분 신생아중환자실로 옮겨진다.

  최근에는 치료 기술이 좋아지면서 국내 미숙아의 생존율이 높아지고 있다. 2007년 83.2%에 머물렀던 극소저체중아의 생존율은 2015년 87.9%로 높아졌다. 미숙아를 치료할 수 있는 신생아중환자실 시설도 늘었다. 2011년 1299개이던 미숙아용 병상이 2015년에 1716개로 증가했다.

  하지만 치료 인프라는 여전히 미흡하다. 신생아중환자실 병상 1개당 간호사는 2011년 1.18명이었지만 4년 뒤엔 1.04명으로 줄었다. 김동석 회장은 "출산 연령이 갈수록 올라가면서 미숙아나 저체중아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본다. 앞으로 고위험군을 위한 치료 인프라가 잘 갖춰져야 한다"면서 "정부가 신생아중환자실에 대한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아이들을 더 잘 치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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