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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열재 성능 속이면 3년 이하 징역…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추진

중앙일보

입력

2015년 1월 10일 경기도 의정부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나 5명이 숨지고 125명이 다쳤다. 가연성 외장재를 사용해 피해를 키운 대표적 ‘인재(人災)’였다. 지난해 6월 8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런던 공공 임대아파트 그렌펠 타워 화재도 참사 원인으로 가연성 외장재가 지목됐다.

지난 2015년 1월 10일 의정부시 대봉그린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로 불이 옮겨붙은 해뜨는 마을 아파트 외벽이 무너져 내렸다. [중앙포토]

지난 2015년 1월 10일 의정부시 대봉그린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로 불이 옮겨붙은 해뜨는 마을 아파트 외벽이 무너져 내렸다. [중앙포토]

앞으로 고의로 건축물을 부실 시공한 건축사나 시공업자에 대해 형사고발과 영업정지 등의 처벌을 내리는 등 건축법이 대폭 강화된다. 국민의 안전권을 보장하는 취지에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행안부·국토부, 21일 건축물 부실시공 방지대책 발표 #단열재 제조·유통, 건축 인·허가, 시공까지 관리 강화 #6층 이상 건축물 점검, 부실 단열재 사용 38곳 적발 #부실설계·감독업무 건축사, 시험성적서 위변조 발견

행정안전부와 국토교통부는 21일 이런 내용을 담은 ‘건축물 단열재 시공 및 관리실태에 대한 안전감찰 결과 및 부실시공 방지대책’을 발표했다.

지난해 6월 화재가 난 24층 런던 임대아파트 그렌펠 타워. [AFP]

지난해 6월 화재가 난 24층 런던 임대아파트 그렌펠 타워. [AFP]

관계 부처는 단열재 제조·유통부터 건축 인허가, 단열재 시공 등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건축법 위반자에 대한 처벌도 강화할 방침이다.

단열재 제조·유통 단계에서는 외견상 불에 잘 타지 않는 난연성능 여부를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난연성능등급’이 포함된 제품 정보(제품명·재질·두께 등)를 단열재 겉면에 표기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불량 단열재 제조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게 정부 당국의 설명이다.

단열재 관련 도서의 제출 시기를 건축허가로 앞당겨 시간을 갖고 검토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할 예정이다. 착공신고와 사용승인 과정에서 적합 여부를 단계별로 확인·검토하는 방식이다.

내년 4월 지역건축안전센터를 설치하고 건축사와 구조기술사 등 전문인력을 채용, 건축 행정의 전문성을 보완키로 했다.

지난 2015년 1월 발생한 의정부시 대봉그린 아파트의 화재로 인근 단독주택 두채가 전소됐다. [중앙포토]

지난 2015년 1월 발생한 의정부시 대봉그린 아파트의 화재로 인근 단독주택 두채가 전소됐다. [중앙포토]

단열재를 시공하는 과정에서는 단열재 공급 여부와 시공 여부, 적합성 여부를 관계자가 직접 서명하도록 하고 허가권자가 확인하는 ‘난연성능품질관리서’ 도입도 추진키로 했다.

건축법 위반자 처벌도 대폭 강화한다. 단열재의 난연성능 기준을 위반한 제조·유통업자에 대해서는 3년 이하의 징역형을 신설하고 현행보다 10배 많은 5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법을 개정키로 했다.

위법한 설계·시공·감리자는 3년 이하의 징역형으로 처벌을 강화하고 현행보다 5배 많은 5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는 내용의 건축법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지난해 5월 대구시 서구 평리동 대구소방교육대에서 고층건축물 화재진압훈련이 실시돼 소방대원들이 2인 1조로 팀을 이뤄 사다리를 이용해 건물에 진입하는 훈련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해 5월 대구시 서구 평리동 대구소방교육대에서 고층건축물 화재진압훈련이 실시돼 소방대원들이 2인 1조로 팀을 이뤄 사다리를 이용해 건물에 진입하는 훈련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행안부와 국토부는 지난 8월 30일부터 9월 15일까지 전국 37개 지방자치단체의 6층 이상 건축물을 대상으로 단열재 시공상태 등에 대한 표본 점검을 벌였다. 정부는 지난해 4월부터 6층 이상 건축물의 경우 건축물 외벽 마감재료를 불연재료 또는 준불연재료로 사용하도록 법을 강화했다.

점검 결과 기준에 미달하는 저가의 일반 단열재를 사용한 시공현장 38곳이 적발됐다. 설계도서와 시험성적서의 내용 확인·검토가 소홀하거나 설계도면에 단열재 표기를 누락하는 등 건축 인허가 과정의 문제점도 463곳에서 발견됐다.

행안부와 국토부는 고의로 부실설계·감리업무를 수행한 건축사와 시험성적서 내용을 위·변조한 시공업자 등 3명에 대해서는 해당 자치단체에 형사 고발하도록 조치했다. 감리업무를 소홀히 한 건축사 등 46명은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 관련 도서의 내용 확인·검토가 소홀한 463곳에는 외벽 마감재료 기준에 맞는 시공을 하도록 명령했다.

지난 2015년 5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열린 초고층건축물 화재 대피훈련도중 한 소방관이 건물에 있는 사람들을 구출하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 2015년 5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열린 초고층건축물 화재 대피훈련도중 한 소방관이 건물에 있는 사람들을 구출하고 있다. [중앙포토]

류희인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안전감찰과 제도개선은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진행한 부처 간 협업”이라며 “각 분야의 악의적·고의적 불법행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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