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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 달린 성화 3번 꺼져 … 세계의 눈, 최종 점화자에 쏠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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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이 50일 앞으로 다가왔다. 올림픽 성화 봉송도 일정의 절반 가량을 마쳤다. 평창올림픽 스키점프 경기가 열릴 알펜시아 스키점프대를 배경으로 태양의 궤적을 카메라에 담았다. 16㎜ 렌즈로 오전 7시50분부터 오후 2시까지 1분 간격으로 장시간 노출, 촬영해 합성했다. [오종택 기자]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이 50일 앞으로 다가왔다. 올림픽 성화 봉송도 일정의 절반 가량을 마쳤다. 평창올림픽 스키점프 경기가 열릴 알펜시아 스키점프대를 배경으로 태양의 궤적을 카메라에 담았다. 16㎜ 렌즈로 오전 7시50분부터 오후 2시까지 1분 간격으로 장시간 노출, 촬영해 합성했다. [오종택 기자]

2018 평창 겨울올림픽까지는 이제 꼭 50일이 남았다. 평창올림픽 개막을 100일 앞둔 지난달 1일 인천공항을 통해 국내에 도착한 성화도 절반의 일정을 마친 뒤 21일 반환점을 돈다. 성화는 남은 기간 경북·서울·경기·강원 지역을 돌아 내년 2월 9일 밤 평창올림픽플라자 개회식장에 도착한다.

외신선 “김연아가 아니면 뉴스감” #보통 사람 깜짝 등장도 배제 못 해 #소치 땐 전 봉송일정 중 20% 꺼져 #IOC, 한국 성화 봉송 수준에 극찬

20일엔 지난 9월 개촌한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성화 봉송이 이어졌다. 사이클 전 국가대표 조호성(42) 서울시청 감독은 자전거를 타고 성화를 날랐고, 수영 국가대표 안세현(22)은 수영장에서, 레슬링 국가대표 김현우(29)는 웨이트 트레이닝장에서 성화 봉송을 계속했다. 수영장에서 평영과 배영을 하면서 성화를 봉송한 안세현은 “무척 재미있는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평창올림픽 성화는 전국 2018㎞를 돌며, 남북한 인구(약 7500만 명)를 대표하는 7500명이 봉송 주자로 참가한다. 높이 70㎝, 무게 1318g의 성화봉을 들고 달린 뒤 불을 옮기는 방식이다. 로봇(대전)이 성화를 봉송하는 건 물론 해저(제주) 구간을 지난데 이어 거북선(통영)과 KTX(오송)를 타는 등 지역의 특색을 반영한 이색 봉송도 이어졌다. 김대현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 문화행사국장은 “성화봉이 성능이 좋아서 50일 동안 성화가 꺼진 건 세 차례에 그쳤다. 소치올림픽 당시엔 전체 일정 중 20%나 성화가 꺼졌다. 국제올림픽위원회 (IOC) 관계자가 ‘엑설런트’라며 극찬을 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성화가 꺼진다 해도 큰 문제는 아니다. 성화를 보존하고 있는 예비 램프에서 다시 불을 붙인 뒤 성화 봉송을 이어 나가면 된다.

평창올림픽 성화는 다음달 1일 ‘해돋이 명소’로 유명한 경북 포항 호미곶을 비롯해 13일 서울, 19일 비무장지대(DMZ)를 거쳐 21일 강원도에 입성한다. 차범근 전 축구대표팀 감독, 전 농구 국가대표 서장훈, 펜싱 국가대표 박상영, 배우 박보검, 가수 정진운씨 등이 성화 봉송 주자로 참가한다.

20일 충북 진천선수촌 실내수영장에서 성화봉송을 한 수영 국가대표 안세현. [연합뉴스]

20일 충북 진천선수촌 실내수영장에서 성화봉송을 한 수영 국가대표 안세현. [연합뉴스]

그렇다면 평창올림픽 개막식에서 성화대에 불을 붙일 영광의 주인공은 누굴까. 역대 올림픽 개막식 때마다 어떤 인물이, 어떤 방식으로 성화대에 불을 붙일 것인지는 항상 세계인의 관심을 끌었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의 불화살,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의 공중 유영 점화는 독특한 점화 방식으로 꼽힌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당시엔 파킨슨병과 싸우고 있는 ‘복싱 영웅’ 무하마드 알리가 떨리는 손으로 성화대에 불을 붙여 감동을 자아냈다.

평창올림픽 성화 최종 점화자와 점화 방식은 1급 기밀이다. 김대현 국장은 “전 세계인이 공감할 만한 스토리가 분명히 있어야 한다는 기준은 있다. 하지만 아직 최종점화자는 확정도 하지 않았고, 확정됐더라도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피겨 여왕’ 김연아(27)가 성화 점화를 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이 많다. 역대 겨울올림픽 성화 최종점화자는 대부분 주최국의 겨울스포츠 영웅들이었다.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 땐 러시아의 스포츠 영웅 블라디슬라프 트레티아크(아이스하키)와 이리나 로드니나(피겨 스케이팅)가 함께 최종 점화자로 나섰다. 2010년 밴쿠버 대회 땐 캐나다의 아이스하키 스타 웨인 그레츠키가 점화를 맡았다.

2018 평창 올림픽 성화 봉송 경로

2018 평창 올림픽 성화 봉송 경로

그런 점에서 한국 겨울스포츠를 대표하는 스타인 김연아야말로 성화 최종점화자로 적임자란 평가다. 세계 각국에 걸쳐 김연아에 대한 인지도도 높다. IOC는 지난 19일 김연아의 발자취를 홈페이지를 통해 소개하면서 “세계적인 스케이팅 기술과 우아한 연기, 동작은 많은 이들에게 깊은 감동을 전해줬다”고 소개했다.

외신도 김연아가 성화 점화를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로이터는 지난 4월 “김연아가 성화대에 불을 붙이지 않는다면 그건 전 세계를 놀라게 할 뉴스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연아는 지난달 13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연설을 마친 뒤 “마지막 성화 주자가 된다면 개인적으로 매우 영광스러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일반 시민이 최종점화자로 ‘깜짝 등장’할 수도 있다. 1988년 서울올림픽의 경우가 그랬다.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 육상 3관왕 임춘애가 최종 주자로 나선 뒤 실제 점화는 마라토너 김원탁과 소흑산도에서 체육을 가르쳤던 섬마을 교사 정선만씨, 서울예고 무용과 3학년생이던 손미정씨 등 3명이 맡았다. 당시 노태우 정부가 앞세웠던 ‘보통 사람’의 기조에 따라 세계로 약진하는 다양한 분야의 인물들이 뽑혔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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