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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도핑 스캔들'...바람 잘 날 없는 美 스프린터 개틀린

중앙일보

입력

저스틴 개틀린. [중앙포토]

저스틴 개틀린. [중앙포토]

저스틴 개틀린(35·미국). 지난 8월 런던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100m에서 우사인 볼트(자메이카)를 제치고 금메달을 땄던 그는 12년만의 세계선수권 우승에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도핑 스캔들 등으로 육상계의 문제아로 낙인찍혔던 그는 관중들의 야유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4개월 뒤 개틀린은 또한번 '문제아'로 찍힐 위기에 놓였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의 보도 때문이다. 텔레그래프는 19일 "개틀린이 코치, 에이전트를 통해 금지 약물인 테스토스테론과 인간성장호르몬을 공급받았다"면서 주변 인물을 탐사 취재한 내용을 보도했다. 개틀린의 일대기를 영화화하는 것으로 가장해서 주변 인물에 접근해 취재한 텔레그래프는 "개틀린이 금지약물을 손에 넣는 과정을 지켜봤다. 코치인 데니스 미첼과 에이전트인 로버트 와그너가 팀으로 움직여서 금지약물을 처방받고, 이를 개틀린에게 전달했다"고 전했다.

개틀린의 법률 대리인은 "지난 5년동안 도핑테스트를 받아 한번도 양성 반응을 보인 적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세바스티안 코(영국)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회장은 "이번 의혹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약물 관련 문제를 전담하는 IAAF 독립 기구에서 이 문제를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8월 런던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한 저스틴 개틀린(맨 왼쪽). [AP=연합뉴스]

지난 8월 런던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한 저스틴 개틀린(맨 왼쪽). [AP=연합뉴스]

개틀린의 이번 문제가 육상계에서 또한번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여진 건 과거 전력 때문이다. 그는 과거에 이미 약물 복용으로 징계를 받은 적이 있다. 금지약물 복용으로 두 차례나 구설수에 올랐다. 그는 대학생이던 2001년 금지약물인 암페타민 양성 반응을 보였다. ‘9세 때부터 앓은 주의력 결핍 장애를 치료하기 위해 처방받았을 뿐’이라는 주장이 받아들여져 그나마 징계를 면했다. 그러나 2006년엔 더 큰 위기를 맞았다. 스테로이드계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에 양성 반응을 보여 8년 자격 정지 징계를 받았다. 한 때 미국 프로풋볼(NFL) 선수로 전향했던 그는 “자살까지 생각했을 정도로 괴로웠다”고 말했다.

징계 수위가 낮춰져 2010년 복귀했지만 ‘약물 스프린터’라는 오명은 계속 그를 따라다녔다. 그는 지난해 12월 영국 유로스포츠가 선정한 ‘세계 스포츠 악당 9명’에 이름을 올렸다. '세계 최고 스프린터' 우사인 볼트의 대항마로 떴음에도 약물에 관한 취재진들의 질문은 끊이지 않았다. 세계선수권, 올림픽 등 메이저 대회에 갈 때마다 나오는 도핑에 관한 질문마다 개틀린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개틀린은 8월 런던 세계선수권 때 우승한 뒤에도 관중들로부터 야유를 더 많이 들었다. 개틀린은 "야유에서 벗어나기 위해 더 열심히 뛰었다. 국제대회 때마다 야유를 받지만 나를 좋아하는 팬들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또한번 도핑 스캔들에 휘말리고 말았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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