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노 대통령과 7일 정상회담 … 이집트 무바라크 대통령 인터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나는 항상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 기여할 준비가 돼 있다."

6일 노무현 대통령의 방문을 앞두고 있는 이집트의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은 본지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5일 이같이 밝혔다. 북한을 네 차례 방문하고 1999년에는 한국을 방문했던 무바라크 대통령으로부터 한.이집트 양국 관계와 한반도 문제 등 국제질서에 대해 들었다.

-노 대통령이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이집트를 방문한다. 7일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는데 어떤 현안을 논의할 것인가.

"노 대통령과는 한반도와 동북아 문제, 이.팔 분쟁과 이라크 사태를 포함한 중동문제, 유엔 개혁과 테러 종식 등 포괄적인 사안을 논의할 것이다. 특히 무역.경제.투자.관광 분야에서의 양국 간 협력 강화를 중점 거론할 예정이다."

-99년 서울 방문시 남북한 간 이견 해소와 통일을 위해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이집트가 남북한 간 긴장 완화와 궁극적으로 통일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

"이집트는 남북한 모두와 돈독한 사이다. 나는 항상 남북한을 도울 태세가 돼 있다. 내가 한국을 방문한 다음해인 2000년 한국의 김대중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해 아주 기뻤다. 정상회담이 또 열리길 기원한다. 2003년 시작된 6자회담도 큰 결실을 이루길 바란다."

-양국 간 경제협력 강화를 위한 대통령의 의견은.

"한국의 대이집트 투자는 현재 1억7800만 달러에 불과하다. 석유.방직.자동차.전자 등 일부 업종에만 집중됐다. 삼성전자.대우자동차.동일방직 등 유명 기업들은 중동.아프리카 진출을 위한 교두보가 필요할 텐데, 이집트가 그 관문 노릇을 해줄 수 있다."

-이집트는 풍부한 석유.가스자원을 보유하고 있는데 한국과 에너지 협력은 어떻게 하고 있나.

"석유.가스 부문은 이집트의 기간산업으로 특히 가스 부문에선 세계 6위의 생산.수출국가다. 터키를 거쳐 유럽까지 가스 파이프라인을 연결하는 것 등 가스 수출을 위한 여러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이집트는 지난해 한국에 3억 달러의 석유.가스제품을 수출했다. 대한국 수출의 90%를 차지한다. LNG의 대한국 수출액은 4000만 달러에 불과하다."

-한국은 지난해 이집트 아인샴스 대학에 한국어과를 설치했다. 또 이집트에서 방영된 한국 드라마가 큰 인기를 모았다.

"양국은 예술.문학.학문 등 분야에서 많은 교류가 있었다. 특히 관광 분야에서 큰 발전이 이뤄졌다. 2001년 2만4000명이 찾아왔던 한국 관광객이 지난해에는 4만5000명으로 늘었다. 한국어 교육을 강화해 이집트를 찾는 한국인들에게 한국어로 관광 안내를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이집트 국영방송의 한국 제작물 방영과 한국 방송사와의 교류도 늘고 있다."

-이집트는 아마드 나지프 총리 주도하에 민영화, 경제 개방 등 경제개혁을 추진하고 있는데.

"2004년 아마드 나지프 총리 주도 아래 관세 인하, 금융 개혁 등 경제개혁을 시작해 큰 결실을 보고 있다. 최근 연간 경제성장률은 6%대를 넘었고 인플레는 3.7%로 크게 낮아졌다. 경상수지도 수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중앙은행의 보유 외환도 계속 늘고 있으며 증권시장은 지난해 큰 성장을 했다. 투자환경도 크게 개선되고 있다. 투자법 개정과 자유 무역.산업 지대 확대로 지난해 이집트에 대한 직접 투자액이 40억 달러가 넘었다. 앞으로 외국인 투자가 더욱 늘어날 것이다."

-한국은 평화재건을 위해 이라크에 파병했다. 조언을 한다면.

"이라크 재건을 위해 국제사회가 힘을 합쳐야 한다. 한국은 이라크는 물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해결에도 기여할 수 있다. 양측 모두와 우호적인 관계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정치.경제적인 지원이 이.팔 간 긴장 해소와 평화 노력에 큰 힘이 될 수 있다."

-이집트는 국제사회에서 큰 역할을 해왔다. 한국의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유엔 차기 사무총장직에 도전하고 있는데 이집트와 아랍국가가 그를 지지할 것인지.

"이집트 출신 부트로스 부트로스갈리 박사가 유엔 사무총장을 지냈기 때문에 이 직책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이집트는 차기 사무총장이 아시아에서 나올 것으로 알고 있다. 반 장관을 비롯한 여러 명이 출사표를 던진 것으로 들었다. 이 사안을 노 대통령과 논의할 예정이다."

-최근 전 세계가 마호메트 만평 사태로 들썩이고 있다.

"만평 사태는 시작부터 잘못됐고, 해결 노력도 현명치 못해 더 확산하고 말았다. 표현과 언론의 자유에는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자극하지 말아야 할 책임이 따른다. 재발을 막으려면 국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유엔이 모든 종교의 가치를 존중해야 한다는 결의를 할 필요가 있다."

카이로 = 서정민 특파원

*** 무바라크 대통령은

1981년부터 26년째 이집트를 통치하고 있는 호스니 무바라크(78) 대통령은 뛰어난 외교력으로 중동의 대표적 지도자로 평가받고 있다. '중도 실용주의' 정치노선을 지향해 중동권의 여러 분쟁을 조정해 왔다. 특히 93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협정의 중재를 맡아 협상을 성공시키면서 국제사회에서 상당한 권위를 인정받게 됐다. 이스라엘과 수교하는 바람에 일부 강경 이슬람 국가의 미움을 사기도 했지만 아랍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대단하다. 28년 나일강 델타 지역에서 태어나 공군사관학교를 졸업한 뒤 옛 소련에서 전투비행 훈련을 받은 조종사 출신이다. 공군사관학교장.공군사령관에 이어 73년엔 공군 원수에 올랐다. 75년 부통령을 맡았으며 81년 10월 전임 안와르 사다트 대통령이 피살되자 그 자리를 이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