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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8대그룹 만난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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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와 재계가 지난해 ‘국정농단’ 사태 이후 끊어졌던 소통 채널 복원에 나선다.
18일 청와대와 재계에 따르면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과 8대 그룹 대외협력 담당 임원들은 오는 20일 서울 시내에서 비공개 만찬 간담회를 갖기로 했다. 이 자리에는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 정진행 현대차 사장, 장동현 SK㈜ 사장, 하현회 ㈜LG 부회장, 황각규 롯데 사장, 오인환 포스코 사장, 홍순기 GS 사장, 여승주 한화 사장이 참석한다.

김현철 경제보좌관, 20일 비공식 회동 추진 #8대그룹 대표들과 소통 채널 복원 나서기로 #청와대 "대화 필요한 타이밍. 20일은 미정"

재계의 한 관계자는 “김 보좌관 측에서 대한상의를 통해 대기업과의 비공식 회동을 제안했고 8대 그룹으로 대상을 추렸다”며 “특별한 의제는 없으며, 기업의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는 소통의 자리라고 들었다”라고 전했다. 재계에서는 이번 간담회가 청와대의 정책 방향을 설명하고 일자리 창출과 협력업체와의 상생, 평창동계올림픽 후원 등에 대한 협조 요청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청와대와 주요 대기업과의 접촉은 지난해 11월 박근혜 정부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구속수감 이후 약 13개월 만이다. 과거 정부에서 청와대는 주요 그룹 경영진들과 수시로 만나며 정책 방향을 논의하고 재계의 이해와 협조를 구했다. 하지만 안 경제수석이 기업을 압박해 최순실씨를 지원하는 등의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면서 청와대의 재계 간 소통의 줄은 끊어졌다. 특히 ‘적폐청산’을 기치로 내건 현 정부에서는 ‘정경 유착’으로 비칠 수 있어 이런 비공개 접촉이 금기시됐다.

하지만 내년부터 본격화할 최저임금 인상과 일자리 창출 정책, 경제ㆍ투자 활성화, 각종 노동 현안 해결에 있어 주요 대기업과의 원활한 소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문 대통령이 지난 7월 주요 그룹 총수들과 만찬을 갖긴 했지만, 실무적인 대화나 조율을 하기에는 부족했다. 특히 현 정부 출범 이후 법인세 인상,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최저임금 인상 등 친(親)노동 성향의 정책으로 불편해진 관계를 풀어보자는 의도도 있다. 청와대가 단절되다시피 한 소통 채널 복원에 나선 이유로 해석된다.

재계에선 그간 지지부진했던 청와대와 재계와의 소통에 물꼬가 트이기 시작했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최근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LG그룹과 첫 간담회를 갖는 등 대기업과의 본격적인 접촉에 나선 데 이어 청와대에서 교감을 나누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에 대한 기대가 크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 현장에서 반발을 부르는 정책에 대한 재계의 입장을 전달할 수 있고, 각종 경영환경의 애로사항과 규제 해소도 건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소통을 통해 정부의 경제정책이 균형을 찾아가고, 기업인의 기를 살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일각에선 8대 그룹 대표들이 대거 나오는 재계의 ‘카운터 파트’로 청와대 경제보좌관이 나오는 것은 격에 맞지 않는다는 시각도 나온다. 이에 대해 대한상의 관계자는 “당초 원활한 진행을 위해 참석 대상을 8대 그룹의 부사장급으로 제안했지만, 기업들과의 조율과정에서 대외 담당 대표급으로 격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중국을 다녀왔고, 아무래도 중국과 기업의 관계가 개선되면 가장 먼저 민감하게 움직일 데가 기업”이라며 “정부의 경제운용 방식 등에 대해서도 많은 대화가 필요한 타이밍이니까 기업인들을 보려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 등과도 순차적으로 간담회를 진행할 예정”이라면서 “다만 20일 만찬 일정은 미정”이라고 설명했다.

손해용ㆍ허진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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