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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조사받아야 할 검사를 해외연수 보낸 검찰 ‘봐주기’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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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중부경찰서는 지난해 4월 밍크고래를 불법 포획하고 시중에 유통한 일당을 검거하면서 40억원 상당의 고래 고기 27t을 압수했다. [연합뉴스]

울산 중부경찰서는 지난해 4월 밍크고래를 불법 포획하고 시중에 유통한 일당을 검거하면서 40억원 상당의 고래 고기 27t을 압수했다. [연합뉴스]

울산 경찰이 ‘고래고기 환부(도로 돌려줌) 사건’을 수사 중인 가운데 조사 대상인 당시 담당 검사 A씨가 18일 캐나다 해외연수를 떠나 검찰의 ‘제 식구 봐주기’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압수한 고래고기 검찰이 피의자에게 돌려줘 #환경단체 “불법 정황 있는데 직권남용” 검사 고발 #담당 검사 서면 질의에 답 없이 18일 외국연수 떠나 #“검찰의 수사 방해 의혹” 제기, 檢 “그 얘기 그만”

이 사건은 지난해 4월 울산 경찰이 밍크고래를 불법 포획해 유통한 일당을 검거하면서 증거물로 압수한 고래고기 27t(시가 40억원) 가운데 21t을 검찰이 한 달 뒤 피고인들에게 돌려준 것이 드러나 불거졌다. 고래고기의 불법·적법 여부를 가릴 근거가 되는 고래연구소의 DNA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 검찰이 고기를 돌려줘 더 논란이 됐다.

사건이 불거진 지난 9월 울산지검 측은 “불법성 여부를 명확하게 입증할 수 없는 사유물을 압수 상태로 둘 수 없어 돌려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고래고기를 압수할 때 불법 유통 정황이 짙었다며 이를 내사하던 중, 고래보호단체인 핫핑크돌핀스가 담당 검사를 고발하면서 지난해 9월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 9월 13일 울산지방경찰청 앞에서 핫핑크돌핀스 회원들이 압수한 고래고기를 포경업자들에게 되돌려준 울산지검 검사를 규탄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9월 13일 울산지방경찰청 앞에서 핫핑크돌핀스 회원들이 압수한 고래고기를 포경업자들에게 되돌려준 울산지검 검사를 규탄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금까지 밝혀진 것은=사건을 담당하는 울산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당시 피의자이던 포경업자들이 자신들이 선임한 변호사 B씨에게 수억원 송금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18일 밝혔다. 변동기 울산청 광역수사대장은 “일부 포경업자가 불법 고래고기를 돌려받을 조건으로 변호사에게 돈을 줬다고 진술했으며 이는 위법”이라고 말했다. 변호사 B씨는 울산지검 검사 출신이다.

핫핑크돌핀스는 B씨가 후배인 수사 담당 검사에게 영향력을 행사해 고래 축제를 앞두고 고래고기를 돌려주게 했을 거라고 주장했다.

앞선 지난 10월 경찰은 당시 피의자인 고래 유통업자 4명을 재수사한 결과 이 가운데 3명에 대해 수산업법,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현재 1명은 구속됐고 3명은 불구속 상태로 조사받고 있다.

울산서 어선에 걸린 밍크고래. 밍크고래 포경은 불법이다. 그물망에 우연히 걸린 혼획은 발견자에게 소유권을 준다. [연합뉴스]

울산서 어선에 걸린 밍크고래. 밍크고래 포경은 불법이다. 그물망에 우연히 걸린 혼획은 발견자에게 소유권을 준다. [연합뉴스]

◇“검찰의 수사 방해” 의혹 나오는 이유=경찰은 지난달 29일 변호사 B씨의 통신·계좌·사무실·주거지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검찰에 신청했지만 법원과 검찰은 이를 기각했다. 이어 경찰은 지난 8일 A 검사에게 서면 질의서를 보냈다.

서면 질의서 내용은 ‘고래연구소 DNA 결과가 나오기 전 고래고기를 돌려준 이유’, ‘적법·불법 여부를 추가 조사했는지 여부’, ‘추가 조사를 하지 않았다면 왜 그런(환부) 판단을 했는지’, ‘상부의 지시가 있었는지 개인의 판단이었는지’ 등이다. A 검사는 이 질의서에 답변하지 않고 18일 해외 연수를 떠났다.

핫핑크돌핀스는 이에 대해 지난 17일 성명서를 내고 “피의자들이 선임한 검사 출신 변호사에게 전관예우가 없었는지, 고래고기를 돌려주는 과정에서 담당 검사가 뇌물을 받지 않았는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약골 핫핑크돌핀스 대표는 “경찰이 사건을 재수사해 불법 유통 정황을 밝혔는데도 검찰이 이를 무시했다”며 “울산 검찰은 내부 비위를 제대로 수사할 의지가 없을 뿐 아니라 경찰 수사를 방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돌려준 압수품 밍크고래 고기 21t을 두고 경찰과 검찰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왼쪽부터) 울산지방경찰청, 울산지방검찰청 전경. [연합뉴스]

돌려준 압수품 밍크고래 고기 21t을 두고 경찰과 검찰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왼쪽부터) 울산지방경찰청, 울산지방검찰청 전경. [연합뉴스]

◇앞으로 수사는=경찰은 변호사 B씨의 통신·계좌 압수수색영장을 재신청할 계획이다. 또 B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아직 출석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다. 또 해외 거주 여부와 관계없이 연수를 간 A 검사를 이메일·우편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은 사건의 핵심 내용을 쥐고 있는 A 검사가 귀국할 때까지 사건을 계속 조사할 것이라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A 검사를 수사한 뒤에는 고래고기를 돌려주라고 직접 지시한 C 검사(당시 울산지검 근무)도 조사할 계획이다.

핫핑크돌핀스는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대검찰청에 고발, 국회의원에게 문제 제기, 청와대 청원 등의 방법으로 사건을 알리겠다”고 밝혔다.

한편 울산지검 관계자는 “A 검사의 해외연수는 1여 년 전 결정된 것”이라며 검찰의 수사 방해 의혹에 대해 “그 얘기는 그만하라”고 일축했다.

울산 고래고기 환부 사건

2016년 4월-울산 경찰이 밍크고래 불법 포획·유통 일당 검거, 고래고기 27t 압수
2016년 5월-울산 검찰이 피고인들에게 고래고기 21t 돌려줘
2016년 12월-고래연구소 DNA 검사에서 47개 시료 중 DNA 추출 불가능한 조직 제외한 34점이 불법 유통된 고래라고 나와
2017년 8월-나머지 고래고기 폐기 과정에서 21t 돌려준 사실 알려지면서 논란
2017년 9월-핫핑크돌핀스가 당시 수사 담당 검사 직권남용 등으로 고발, 경찰 수사 착수
2017년 10월-경찰이 수산법 위반 등 혐의로 당시 피의자 중 3명에게 사전구속영장 청구, 1명 구속
2017년 11월-경찰이 당시 피의자들이 선임한 변호사 사무실 등 압수수색영장 신청, 기각
2017년 12월-경찰이 당시 수사 담당 검사에게 서면질의서 보내, 답변 없이 18일 1년 해외연수 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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