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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감은' 무인단속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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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신공항고속도로에 설치된 무인 속도측정 카메라 12대가 카메라만 갖다 놓은 무용지물인 것으로 밝혀져 당국의 준비 허점을 드러냈다.[중앙포토]

과속이 일어날 수 없는 상습 정체구간에 무인 교통단속 장비를 설치하거나 수리.점검을 제때 하지 않는 등 경찰의 장비 운영이 허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부실 점검이나 기술 부족으로 과속이나 교통법규 위반 차량을 촬영하고도 판독하지 못하는 사례도 많은 것으로 지적됐다.

감사원은 지난해 11월부터 올 4월 말까지 서울경찰청 등 3개 지방경찰청이 운용 중인 48대의 단속장비의 단속건수가 대당 월 평균 8건에 불과했다고 31일 밝혔다. 이는 전체 단속장비의 평균 단속건수 1백11건의 7% 수준이다.

감사원은 또 전국 14개 지방경찰청의 고정식 무인 교통단속 장비 중 6개월 동안 한 건도 단속하지 못한 장비가 10대나 됐다고 덧붙였다.

이는 ▶과속을 할 이유가 없는 상습 정체구간이나▶도로사정이 변해 교통법규 위반 차량이 거의 없는 곳에 단속장비가 설치된 데 따른 것으로 지적됐다.

또 법규 위반 행위를 촬영하고도 차량 번호판을 식별하지 못해 과태료를 부과하지 못하는 장비가 30% 이상인 경찰서도 19개나 됐다. 특히 마포경찰서의 경우 2001년부터 2003년 4월까지 촬영한 것이 10만1천4백84건인데 이 중 판독할 수 없는 것이 거의 60%(6만7백55건)에 달했다.

이와 함께 장비 관리요원 5명 이상이 24시간 근무하도록 돼있는데도 부품 및 관리업체의 인력.기술 부족으로 고장 수리를 제때 하지 않아 1백28대의 무인 단속장비를 2~16개월 동안 사용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2001년 곡선 도로 등에서도 쓸 수 있는 이점이 있는 이동식 단속장비가 7백83대 필요하다고 파악했지만 2003년 '무인 교통단속 장비 확충 사업'에서 이동식 장비는 한 대도 구입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그 결과 2003년 5월 현재 이동식 장비는 4백24대뿐이고 이대로라면 사용 가능 연수인 5년이 되는 2008년 이후에는 이동식 장비를 이용한 교통단속이 불가능할 것으로 지적했다.

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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