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정상 “한반도서 전쟁 용납 못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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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과 중국은 운명적 동반자“라며 ’양국이 공동 번영의 길을 함께 걸어가면서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국 정상이 MOU 협정 서명식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과 중국은 운명적 동반자“라며 ’양국이 공동 번영의 길을 함께 걸어가면서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국 정상이 MOU 협정 서명식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시간15분 동안 정상회담을 했다. 당초 예정됐던 확대 정상회담(30분)과 소규모 정상회담(40분)보다 두 배 가까이 길어졌다. 14일 회담에서 두 정상은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 ▶한반도의 비핵화 원칙을 확고하게 견지한다 ▶북한의 비핵화를 포함한 모든 문제는 대화와 협상을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한다 ▶남북한 간의 관계 개선은 궁극적으로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네 가지 원칙에 합의했다고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발표했다.

문 대통령·시진핑 2시간15분 회담 #비핵화·평화적 해결 등 4원칙 합의 #정상 간 핫라인 만들어 소통 강화 #문 대통령 “양국 역지사지의 기회” #시 “다 아는 이유로 양국관계 후퇴” #사드 관련 “한국이 처리를” 또 압박 #평창 초청엔 “진지하게 검토할 것”

두 정상은 또 “북핵·미사일 개발이 심각한 위협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관련 결의를 충실히 이행하는 것을 포함한 제재와 압박을 통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유도하기 위해 긴밀한 협력과 협의를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윤 수석은 밝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두 정상이 그간 한반도 상황에 대해 갖고 있던 생각을 원칙으로 합의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특히 ‘전쟁 불용’은 시 주석의 주장이 반영된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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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정상은 또 내년 2월 평창 겨울올림픽에 북한이 참가하도록 함께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평창 겨울올림픽에 시 주석이 참석해 달라고 초청했고 시 주석은 “진지하게 검토할 것이며 만약 참석할 수 없게 되는 경우 반드시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할 것”이라고 답했다고 윤 수석은 말했다.

이날 회담에서 두 정상은 ▶양자 방문 및 다자 정상회의에서의 회담 ▶전화 통화 ▶서신 교환 등 다양한 소통 수단을 활용해 ‘핫라인’을 구축하기로 했다. 또 ▶한·중 산업협력단지 조성 ▶투자협력기금 설치 등 그간 중단된 협력사업을 재개해 나가기로 하고,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서비스·투자 후속 협상 개시를 선언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와 관련, 윤 수석은 “시 주석은 사드 문제와 관련한 중국 측 입장을 재천명하고 한국 측이 이를 계속 중시하고 ‘적절히’ 처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했다. 반면 중국 측은 발표문에서 ‘적절’ 대신 ‘타당하게’라는 표현을 썼다. 또 “서로의 핵심 이익과 중대한 우려를 존중하는 기본 원칙을 갖고 성심으로 상대방을 대하는 이웃 나라의 도리를 지켜 전략적 협력 동반자로서 건강하고 정확한 발전 궤도를 가기를 희망한다”는 표현이 추가로 들어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사드와 관련한 시 주석의 구체적 발언을 공개하긴 어렵지만 한국 입장에서는 새로운 관계가 마련됐다고 평가할 만한 발언도 있었다”고 했다.

앞서 두 정상은 회담 모두발언에서 공개적으로 ‘사드’를 언급하는 대신 우회적 표현을 썼다.

문 대통령은 “양국이 최근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어떤 면에서는 오히려 역지사지(易地思之)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그간의 골을 메우고 더 큰 산을 쌓아 나가기 위한 나름대로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지금 ‘모두가 아는 이유’ 때문에 중·한 관계는 후퇴를 경험했다”며 “이번 방문이 상호 존경과 신뢰에 기초해 우리가 추구하는 더 나은 길을 닦아 관계를 개선할 중요한 기회”라고 했다.

베이징=강태화 기자, 예영준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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