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가 14일 부산에서 만났다. 안 대표는 “외연 확장을 못 하는 3ㆍ4당은 어김없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고 했고, 유 대표는 “통합논의를 오래 끌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이날 두 사람은 양당 의원 모임인 국민통합포럼 행사에 참석했다. 안 대표가 먼저 도착했지만, 행사 시작 시간이 지나도록 행사장에 입장하지 않았다. 대신 대기실에서 10분간 유 대표를 기다렸다.
안 대표와 유 대표는 나란히 서서 행사장에 입장했다. 두 대표 뒤로 김중로ㆍ김관영ㆍ이언주 국민의당 의원과 유의동ㆍ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이 서 있었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같이 입장하기로 이야기가 돼 있었다”고 말했다. 안 대표와 유 대표는 이날 지지자로부터 선물로 받은 파란색 목도리를 두른 채 기념사진 촬영도 했다. 현장에 있던 당원들 사이에선 “이미 통합한 것 같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안 대표는 인사말에서 “외연 확장을 못 하는 3ㆍ4당은 어김없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며 “이번 선거만 참고 넘기면 그다음 선거 때 기회 오지 않을까 하고, 외연 확장 노력 없이 선거 치르는 정당들은 예외 없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바른정당에서는 국민의당이 내부의 갈등을 치유하면서 어떤 결론을 내릴지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바른정당의 당 대표로서 국민의당과 정책연대와 선거연대, 나아가서 통합에 대해서도 모든 것을 투명하게 드러내놓고 국민의 인정을 받는 진지한 협력이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유 대표는 강연 일정으로 먼저 자리를 떴다. 자리를 나서며 유 대표는 “곧 1, 2월이 되고 선거가 다가오는데 언제까지 통합이야기로 질질 끌 수는 없다”며 “오래 끌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유 대표의 말처럼 통합 선언은 12월을 넘기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안 대표 측에서는 12월이 가기 전에 통합 논의에 성과를 내고 싶어 한다. 호남 중진 의원들의 반발이 거세질수록 “우리도 뭔가 해야 되지 않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 당내에서는 21일, 24일 등 통합선언 계획이 담긴 보고서도 올라가고 있다고 한다. 전날 통합에 반대하는 의원들 모임에서도 “22~24일쯤 통합 선언을 할 텐데 대응책을 찾아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다고 한다.
안 대표는 통합 시기에 대해 “지금은 의견수렴 단계”라며 “어느 지역은 듣고 안 듣고 그럴 순 없으니 다른 지역인 대전ㆍ충청ㆍ강원도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다음 주 중 이들 지역을 돌아볼 계획이다. 안 대표는 언론인터뷰에서 “전국 여론을 수렴한 뒤, 이를 반영하는 (통합) 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여기에 당 이견도 조율해야 한다. 과거 사례를 보면 2∼3월까지도 통합 관련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변수는 국민의당 의원들의 반발이다. 이날 통합에 반대하는 정동영ㆍ천정배ㆍ조배숙ㆍ유성엽 의원 등 중진과 김광수ㆍ박주현ㆍ이상돈ㆍ최경환 의원 등 초선이 점심을 함께했다. 조 의원은 회동 후 “통합은 절대 반대한다”며 “일방적으로 절차를 진행할 경우 총력 저지하겠다”고 말했다. 안 대표 측은 중립지대 초선 그룹에 기대를 걸고 있다.
바른정당 일부에서 제기되는 선 국민의당, 후 자유한국당 통합론도 변수다. 유 대표는 이날 “남경필 경기지사나 원희룡 제주지사가 원하는 것은 더불어민주당 후보들과의 일대일 구도”라며 “선거연대에 대해서는 국민의당과 얘기는 안 해봤지만, 한국당에도 저희는 그 가능성을 열어뒀다”고 언급했다. 반면 안 대표는 이날 한국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 “전혀 없다”며 “유 대표도 그런 가능성에 대해서는 고려치 않는 거로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부산=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