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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상급자의 정치 관여 지시에 하급자의 거부 의무 신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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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군 적폐청산 위원회 위촉식 후 송영무 국방부 장관(오른쪽에서 둘째)이 위원들과 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 국방부]

지난 9월 군 적폐청산 위원회 위촉식 후 송영무 국방부 장관(오른쪽에서 둘째)이 위원들과 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 국방부]

군에서 상급자의 부당한 정치관여 행위를 하급자가 거부할 수 있는 의무가 법으로 보장된다.

국방부의 군 적폐청산위원회는 14일 회의를 열고 군의 정치 개입을 막는 법적·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군인의 정치적 중립 준수 및 보장 등을 위한 특별법(가칭)’을 제정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이 법엔 군인에게 인사·예산·행정상 등 이유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공직자 또는 상관이 정치관여 행위를 지시·요청·권고하는 경우 강력히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마련된다. 또 하급자는 정치관여 행위에 대해 거부할 수 있는 의무와 이를 신고할 경우 포상을 받는 규정도 포함된다.

위원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군의 정치적 중립 보장이 국가의 책무이고 군인의 권리이자 의무”라며 “처벌 대상을 군인에서 외부의 공직자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군 사이버사령부 댓글 공작 사건을 두고 한 지적이다. 군 사이버사령부는 이명박 정부 시절 정권 홍보나 야당 반대를 내용으로 하는 댓글을 조직적으로 올렸으며, 이 내용을 청와대에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위원회는 이어 객관적이고 투명한 안보교육 시스템을 구축하고, 수준 높은 교육 콘텐트를 개발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장병 교육 때는 정치적 중립 준수 의무 훈령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장병 인성교육을 확대 시행토록 주문했다. 예비군 교육 때는 외부 전문가에 의한 교육 시스템 정착과 교육검증 시스템 개선 강화 등도 요청했다. 이 권고안 역시 장병 교육과 예비군 교육이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는 비판을 수용해 만들어졌다.

위원회는 의무 복무 중 사망한 군인 가운데 순직이 아니라는 것이 증명되는 경우를 제외하고 전원 순직자로 인정하고 현충원에 안장하는 방안을 권고했다. 군 의문사 사건의 조속한 진실 규명과 억울한 죽음의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안이라는 것이다. 또 수사 초기부터 순직 결정까지 유가족에게 설명해 순직처리가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조치할 것을 주문했다.

이밖에 사회복무요원의 대기 적체를 줄이기 위해 인건비를 국고로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사회복무요원(옛 공익근무요원)은 보충역 판정을 받은 뒤 지방자치단체나 국가기관에서 대체복무를 하는 이들을 말한다. 사회복무요원 등 보충역 소집을 기다리는 사람은 지난해 4만명에서 올해 5만명으로 늘었다. 내년 5만8000명, 2019년 6만1000명으로 계속 증가 추세로 전망된다. 국방부가 2015년부터 현역병 입영 적체를 해소하기 위해 보충역 판정 기준을 완화하다 보니 사회복무요원이 늘어나는 ‘풍선효과’가 발생했다. 그런데 예산 문제 때문에 사회복무요원의 소집이 제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또 사회복무요원이 선택할 수 있는 복무지에서 국가 기관을 제외하도록 했다. 국가기관은 편하다는 인식 때문에 다들 선호하면서 쏠림 현상이 심했다. 이 때문에 고위 공직자 자식의 특혜 논란이 많았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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