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강한 야당 되려면 쇄신과 혁신이 우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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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자유한국당 신임 원내대표에 강력한 대여 투쟁을 내세운 김성태 의원이 어제 선출됐다. 김 원내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한국당의 당면 과제는 첫째도 둘째도 문재인 정권과 맞서 싸우는 것”이라며 ‘선명 투쟁야당’을 천명했다. 경선 과정에선 ‘홍준표 사당화 저지’와 ‘계파 청산’ 등의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도로 친박당에서 벗어나 문재인 정권의 독주를 저지하는 선명야당으로 가야 한다’는 김 원내대표의 논리가 먹힌 셈이다.

그동안 한국당은 역대 가장 지리멸렬하고 리더십이 취약한 분열적 야당이란 평가를 받아 왔다. 당명을 바꾸고 쇄신과 혁신을 다짐한 지 10개월이 됐지만 당명을 빼곤 바뀐 게 없어 서울과 대구·경북에선 바른정당에도 뒤지는 저조한 지지율을 기록 중이다. 의원 116명의 거대 야당인 한국당이 보수 본류의 위상을 회복하려면 정부와 여당을 제대로 견제하는 것 외엔 다른 방법이 없다. 그래야 지지율도 반등한다.

하지만 한국당의 철저한 자기반성과 치열한 당내 혁신이 우선이다. 한국당은 입만 열면 ‘보수세력의 분열로 문재인 정부의 폭주를 막지 못한다’고 주장하지만 몸집이 작아서 여당 독주를 막지 못하는 게 아니다. 리더십 부족과 비전 부재 때문이었다. 제대로 된 보수 정당의 출현에 대한 바람은 어느 때보다 큰 상황이다. 언제 좌초할지 모르는 바른정당이 아직도 관심을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오락가락하는 대북 정책과 주변국 외교, 선심성 복지 등에 대한 보수 유권자의 걱정은 한국당엔 기회다.

새 지도부는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철저하게 바뀌어야 한다. 보수 혁신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실천해야 한다. 입으로만 친박 패권 청산이나 기득권 철폐를 외쳐선 곤란하다. 진짜 쇄신하고 혁신해야 야당이 강해진다. 보수가 건강해야 진보도 건강하고 한국 정치 전반이 건강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