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당시 해수부 공무원들, 세월호 특조위 방해 문건 만들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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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12일 정부세종청사 세월호 후속대책추진단 현판 앞을 공무원들이 지나가고 있다. 류재형 해수부 감사관은 ’박근혜 정부 당시 해수부가 세월호 특 조 위 업무를 방해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뉴스1]

12일 정부세종청사 세월호 후속대책추진단 현판 앞을 공무원들이 지나가고 있다. 류재형 해수부 감사관은 ’박근혜 정부 당시 해수부가 세월호 특 조 위 업무를 방해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뉴스1]

박근혜 정부 시절 해양수산부 공무원들이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을 방해하기 위해 문건을 작성하고, 특조위 활동 기간을 줄이기 위해 조사 시작 시점을 고의로 앞당겼다는 현 정부의 자체 감사 결과가 나왔다.

해수부, 자체 감사 결과 발표 #특조위 활동기간 줄이려 날짜 조작 #“청와대와 협의” 실무자 진술도 확보 #진상 은폐 확인 … 10여 명 수사 의뢰

해수부는 12일 긴급 브리핑을 통해 ‘세월호 특조위 업무방해 여부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해수부는 지난 9월부터 김영춘 장관의 지시로 언론 등을 통해 제기됐던 박근혜 정부의 세월호 진상규명 은폐 의혹을 자체 감사했다.

류재형 해수부 감사관은 “해수부 내부에서 ‘세월호 특조위, 현안 대응방안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확인했다”며 “당시 해수부 세월호 인양추진단 직원들이 사용하던 업무용 e메일에서 이 문건이 나왔다”고 말했다. 당시 청와대가 이 과정에 개입한 정황도 함께 드러났다. 해수부는 당시 실무자에게서 “상부 지시로 이 문건을 작성했고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 해양수산비서관실과 작성 과정에서 협의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논란이 많았던 특조위 활동 기간 설정과 관련해 박근혜 정부가 활동 시작 시점을 일부러 앞당겨 설정해 조기 종료를 유도한 정황도 드러났다. 당시 다양한 법적 검토가 있었는데도 정부가 이를 무시하고 세월호 특조위 활동 시점을 2015년 1월 1일로 못 박았다는 게 현 해수부 측 설명이다.

조사 결과 해수부 세월호 인양추진단은 2015년 2~5월 6곳에 법률 자문을 의뢰해 특조위 활동 시작 시점이 언제인지 문의했다. 그 결과 2월 26일(조사위원 임명 절차 완료일)이나 8월 4일(사무소 구성 완료일)을 시작 시점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을 받았지만 이를 무시했다. 그뿐만 아니라 법제처가 2월 17일(대통령 재가일)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차관회의에 두 차례 전달했는데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류 감사관은 “2015년 11월 23일 특조위가 청와대에 대한 참사 대응 관련 업무 적정성 등에 관한 조사를 결정하자 해수부가 활동 시점 검토를 중단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특조위 의사와 무관하게 특조위 활동기한이 2016년 6월 30일로 축소돼 조기 종료되는 결과가 초래됐다”고 설명했다.

해수부는 특조위 활동 기간 축소와 현안 대응방안 문건 작성에 연루된 공무원 10여 명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류 감사관은 “수사 대상을 특정해 고발하기는 어렵지만 검찰 조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도록 적극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해수부는 다만 특조위 파견 공무원이 보수단체로 하여금 세월호 유가족을 고발하도록 사주했다는 의혹과 세월호 참사 관련 자료의 국가기록원 이관 적정성 여부에 대해서는 의미 있는 증거나 불법 혐의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류 감사관은 “해수부 직원을 제외한 타 부처 직원, 특조위 조사관 등에 대해서는 조사 권한이 없어 내부 감사엔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세종=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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