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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평등이 성장 묘안 안 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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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미국의 전 백악관 경제정책자문위원장을 지낸 글렌 허버드(사진.48)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장이 2일 서울파이낸셜포럼(회장 김기환) 초청으로 한국을 찾았다. 그는 앨런 그리스펀 전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후임으로 거론됐을 정도로 미국 경제정책에 강한 영향력을 지닌 인물이다. 본지 김정수 경제연구소장이 그를 만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과 미국의 경제전망 등에 대해 들어봤다.

▶김정수=한.미 FTA 협상에 대한 전망은.

▶글렌 허버드=미국의 입장에서 한국은 무역뿐만 아니라 안보상 중요한 나라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는 FTA의 타결을 100% 지지하고 있다. 양국이 각자 민감한 문제를 안고 있어 협상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한국보다 경제 규모가 작은 중남미와의 FTA 타결도 쉽지 않았다. 미국의 협상 책임자인 포트먼 미 무역대표부(USTR) 수석대표는 정치적인 능력을 갖춘 사람이다. 그가 미국 내 압력단체들에 대해 효율적으로 대처할 것으로 믿는다. 한국의 농업.서비스 분야와 마찬가지로, 미국의 입장에선 자동차와 철강 분야가 민감하다. 하지만 오히려 이들 분야가 외국업체들에 자극받아 경쟁력을 키웠으면 한다. 한국의 경우 금융 서비스 시장이 좀 더 개방되면 외국 금융사들과 경쟁을 통해 선진 금융기법을 많이 배울 수 있을 것이다.

▶김=한국 정부가 사회 양극화를 주요 현안으로 들고 나오자 이를 세금을 올리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있다.

▶허버드=세금을 올리면 기업가 마인드와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 돈을 많이 번다고 해서 지나치게 많은 세금을 부과할 경우 오히려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증세를 추진하더라도 이런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정치인은 사회적 평등을 추구하고 싶은 유혹을 많이 받을 것이다. 하지만 평등이 경제성장의 묘안은 아니다. 한국에선 기업과 기업가에 대한 이해가 좀 더 커져야 한다. 일본은 과거에 비해 기업과 기업가에 대한 이해도가 크게 높아졌다. 이럴 경우 중산층이 보다 두터워져 사회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다.

▶김=미국 경제가 기대 이상의 호황을 보이고 있으나 향후 전망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허버드=소비자들이 1등 공신이다. 이에 따른 산업투자가 미국 경제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FRB가 인플레를 억제하는 금리정책을 적절하게 펼친 것도 주효했다. 반면 걱정은 에너지 가격 상승이다. 미국은 에너지의 안정적인 수급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또 미국 경제성장의 기반이었던 소비의 위축을 우려하는 시각이 있다. 하지만 생산성 향상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 부동산 거품도 문제로 꼽히지만 일부 지역에만 국한된 것으로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

▶김=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지금처럼 유지될 수 있겠는가. 이 문제가 달러 환율에 급격한 충격을 주지는 않겠는가.

▶허버드='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때문에 세계 금융시장이 미국 경제에 대한 신뢰를 갑자기 잃을 것'이라는 주장을 이해할 수 없다. 환율 조정, 미국과 무역상대국의 저축.소비의 조정 등을 통한 미국의 대외적자 해소는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이다.

정리=최익재.유지호 기자

◆ 글렌 허버드는=2001~2003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경제정책자문위원장으로 감세정책을 주도했다. 1981년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91~93년에는 미국 재무부 차관보(조세 부문)를 역임했다. 현재 뉴욕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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