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단독] 러 노바텍 부회장 "한국정부에 북극산 LNG 수입 제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러시아 서부 시베리아 북단 야말 반도에 위치한 야말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 전경. 노바텍은 최근 이곳에서 본격적으로 북극산 LNG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사진 노바텍]

러시아 서부 시베리아 북단 야말 반도에 위치한 야말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 전경. 노바텍은 최근 이곳에서 본격적으로 북극산 LNG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사진 노바텍]

정부가 북극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을 중장기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해 북극 LNG 사업을 주도하는 러시아 민영 가스기업 노바텍의 마크 제트바이 재무담당 부회장(CFO)이 지난 10월 말 극비리에 방한해 정부 고위관계자를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제트바이 부회장은 서울에서 접촉한 정부 관계자를 비공개하는 조건으로 중앙일보의 인터뷰 요청에 응했다.

10월 말 방한해 정부 고위 관계자 만나 #2022년 생산, 북극-2 LNG 사업 투자 제안 #119조 매머드 프로젝트…日은 투자 MOU 맺어 #"미국산 LNG 비싸…에너지안보 차원 검토해야" # #

제트바이 부회장은 “문재인 정부에 북극 LNG 사업에 대한 직접 투자를 권했다”며 “(탈원전 탈석탄 전략으로) 가스발전 비중을 시급히 끌어올리려는 한국이 처한 현실을 고려할 때 북극 LNG 사업은 규모와 가격 측면에서 매우 매력적인 제안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가스전 개발 프로젝트에 지분 투자 형식으로 참여해 지분에 해당하는 만큼 LNG를 싼값에 안정적으로 공급받으라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은 노바텍의 첫 북극 LNG 기지인 야말 LNG 건설에 국영기업 등이 지분(29.9%) 투자해 최근 첫 북극산 LNG를 수입했다.

마크 제트바이 노바텍 부회장(CFO)이 서울 광화문 포시즌 호텔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마크 제트바이 노바텍 부회장(CFO)이 서울 광화문 포시즌 호텔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야말 LNG에 성공한 노바텍은 2022년경 생산을 목표로 ‘북극-2 LNG’ 프로젝트를 현재 추진 중이다. 북극-2 LNG의 최대 목표 생산량은 연간 7000만t에 이른다. LNG 수출량을 대폭 늘리고 있는 미국의 10년 뒤 총생산량(6200만t)을 능가하는 규모다.

관련기사

개발에 예상되는 자금 역시 1100억 달러(약 119조원)로 천문학적이다. 이같은 막대한 소요자금은 노바텍이 LNG 의존도가 높은 일본과 한국 등 아시아 국가에 적극적으로 투자 제안을 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이미 일본의 민간기업들은 국부펀드를 토대로 투자계약까지 맺었다.
 다음은 제트바이 부회장과의 일문일답.

한국 정부 고위 관계자를 만나 어떤 얘기를 주고받았나?
“노바텍은 야말 LNG 수출을 위해 2014년 대우조선해양과 대형 쇄빙 LNG 운반선 15척 건조 계약을 맺었다. 이미 첫 선박을 인도받아 LNG 선적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정작 한국은 북극 LNG 사업 자체에 대해선 투자한 적이 없다. 문재인 정부는 현재 19% 정도인 LNG 발전 비중을 2030년 37%까지 끌어올리려고 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노바텍의 차기 북극 LNG 사업인 북극-2 LNG 프로젝트는 큰 기회가 될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쇄빙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이 지난 3월 말 러시아 야말 반도 사베타항에 정박하고 있다. 이 배는 대우조선해양이 노바텍으로부터 수주한 15척의 LNG 운반선 중 1호선이다. 2014년 숨진 프랑스 토탈사 회장의 이름을 따 '크리스토프 드 마르주리(CDM)’ 호로 명명됐다. 토탈은 야말 LNG의 지분 20%를 갖고 있다. [사진 노바텍]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쇄빙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이 지난 3월 말 러시아 야말 반도 사베타항에 정박하고 있다. 이 배는 대우조선해양이 노바텍으로부터 수주한 15척의 LNG 운반선 중 1호선이다. 2014년 숨진 프랑스 토탈사 회장의 이름을 따 '크리스토프 드 마르주리(CDM)’ 호로 명명됐다. 토탈은 야말 LNG의 지분 20%를 갖고 있다. [사진 노바텍]

카타르·호주·미국 등 LNG 수출 대국들도 증산을 서두르고 있다. 북극산 LNG의 매력은 무엇인가.
“소비자 관점에선 누가 가장 싸게 안정적으로 공급해줄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호주산과 미국산 LNG는 비싸다. 특히 미국산은 비전통적인 방식(셰일가스)이어서 앞으로도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단언컨대 북극 지역의 가스 매장량은 엄청나다. 노바텍은 정부가 아니다. 우리는 단일기업으로서 세계 최대 공급자를 지향한다. 가장 싼 가격으로 세계 어디든 LNG를 공급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뜻이다.”
그같은 계획에 미국이 큰 벽이 되지 않을까. 당장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등 통상 문제를 이용해 한국에 LNG 수입량을 늘릴 것을 압박하고 있지 않나.
“한국과 미국의 관계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상업적 관점에서 중요한 것은 공급선의 다각화다. 예를 들어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같은 옛 동구권 국가들은 러시아로부터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오히려 미국산 LNG 수입을 카드로 쓰고 있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다. 에너지 안보, 수용성, 지속가능성 등 세 가지 관점에서 판단해보면 답이 나올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3일 필리핀 마닐라 필리핀문화센터(CCP)에서 열린 제31회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정상회의 개막식에 참석하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지나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3일 필리핀 마닐라 필리핀문화센터(CCP)에서 열린 제31회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정상회의 개막식에 참석하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지나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북한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한국 입장에선 한미동맹이란 고려 요인이 있다.
“만약 그게 진짜 문제가 된다면 왜 한국보다 훨씬 더 친워싱턴적인 일본이 북극-2 LNG 사업에 투자를 하려 들겠나. 노바텍은 이미 미쓰이·미쓰비시·마루베니 컨소시엄과 투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여기에 일본 정부기관인 일본국제협력은행(JBIC)이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일본뿐 아니다. 미국과 동맹인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북극-2 LNG 프로젝트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조만간 투자가 성사될 것으로 낙관한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을 경유하는 러시아산 파이프라인가스(PNG)에 미련을 갖고 있다. 지난 9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에서도 이를 강조했다.
“물론 PNG는 비용 측면에서 효율적이다. 문제는 지정학적인 문제다. 파이프라인을 건설하는데 현실적인 제한이 있지 않나. 다변화 관점에서도 바라봐야 한다. PNG 의존도가 심각한 유럽연합(EU)의 경우 오히려 5~6년 전부터 LNG 수입을 늘리고 있다. 안정성 측면을 무시할 수 없다는 얘기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