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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규제 계획에도 비트코인 ‘꼿꼿’…화폐 아니라 과세도 어려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1일 홍콩에서 비트코인 현금화 기계를 한 남성이 보고 있다. 오른쪽 아래 사진은 국내 비트코인 거래 가격 추이[사진 EPA=연합뉴스, 빗썸]

11일 홍콩에서 비트코인 현금화 기계를 한 남성이 보고 있다. 오른쪽 아래 사진은 국내 비트코인 거래 가격 추이[사진 EPA=연합뉴스, 빗썸]

정부 금융 규제당국 수장이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의 현·선물거래에 부정적인 태도를 내비쳤지만, 가격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오전 11시 20분 코인당 1914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오전 5시 40분 1970만원까지 상승했으나 네 시간 만에 다시 1880만원원대로 떨어진 뒤 등락을 거듭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가운데)이 11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빅데이터 활성화를 위한 금융 분야 TF' 킥오프 미팅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종구 금융위원장(가운데)이 11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빅데이터 활성화를 위한 금융 분야 TF' 킥오프 미팅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날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비트코인 거래를 놓고 제도권 거래로 인정할 수 없다며 쓴소리를 뱉었지만, 비트코인 가격은 크게 요동치지 않았다. 오히려 최 위원장의 발언이 보도된 전날 오후 3시 거래가는 1879만원이었으나 한 시간 뒤 1932만원으로 올라섰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당시 기자들과 만나 “비트코인 거래를 금융거래로 보지 않는다”면서 “금융거래로 인정할 때 여러 문제로 파생될 수 있어서 제도권 거래로 인정할 수 없고, 당연히 선물 거래도 안 된다는 게 금융당국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최 위원장의 발언에도 비트코인 가격이 요동치지 않은 것은 이날 미국에서 비트코인 선물 거래가 개시되면서 호재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가 미국 현지 시간으로 10일부터 비트코인 선물 거래를 개시했다. CBOE에서 비트코인 선물 가격은 거래를 시작한 지 하루 만에 19.4% 오른 코인당 1만791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11일 미국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서 트레이더가 모니터를 보고 있다.[AP=연합뉴스]

11일 미국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서 트레이더가 모니터를 보고 있다.[AP=연합뉴스]

 특정 국가에 국한되지 않는 비트코인의 특성상 국내 규제 움직임만으로 가격 폭등세를 막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황수영 국제금융센터 부장은 연합뉴스를 통해 “한국에서 비트코인 거래를 금지하더라도 미국, 일본에서 거래가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 국가가 거래를 금지한다고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여러 나라가 글로벌 규제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정부의 일방적인 규제보다는 민간의 의견을 반영한 효율적인 규제가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국세청도 암호화폐를 부동산이나 주식과 같은 자산으로 보고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암호화폐에 세금을 부과했다가는 오히려 한국이 정상 거래로 인정하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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