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아마추어도 아는 맥점을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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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승부는 실력이다. 그러나 운(運)도 있다. 특히 우승을 다투는 긴박한 장면이 되면 신들의 심술마저 느껴지는 장면이 나타나곤 한다.

제7회 농심신라면배는 일본이 우승했다. 막판에 요다 노리모토(依田紀基) 9단이 조한승 8단, 쿵제 7단, 이창호 9단을 연파하고 일본에 우승컵을 안겨줬다. 조한승 8단과의 대국은 초반에 너무 불리해 "요다도 늙었구나"하는 한탄마저 자아냈으나 결국은 역전 불계승을 만들어냈다.(요다는 올해 만 40세가 됐다) 중국 주장인 쿵제(孔杰) 7단과의 대국은 중반의 승부처에서 한방에 무너질 운명에 처했으나 화살이 용케도 빗나갔다. 아마추어도 보는 쉬운 맥점을 쿵제 같은 고수가 놓친 것이다. 이 터무니없는 실수가 결국 요다를 살려냈고 한.중전이 될 결승전을 무산시키며 일본 우승으로까지 이어졌다. 요다가 가장 잘 둔 판은 오히려 이창호 9단과의 대국이었다. 이 판에서 그는 초반 놀라운 기세로 이창호의 대마를 잡았고 이후 이창호의 위협적인 추격을 잘 봉쇄했다.

요다 대 쿵제의 실전(기보(上))= 중앙 백대마가 사경을 헤매는 가운데 요다 9단이 백?로 붙인 장면. 막느냐,끼우느냐의 두가지 선택밖에 없는 장면에서 쿵제는 흑1로 막았다. 이 바람에 요다는 백2로 끊어 대마를 살려냈다. 흑A,백B의 진행으로 흑? 두 점을 잡은 것.

쿵제가 놓친 맥점(기보(下))=흑1로 끼웠으면 대마는 살 길이 없었다. 백2는 흑3으로 촉촉수. 백A는 흑B로 수 부족. 프로에겐 너무 쉬운 수. 그러나 신들의 심술인가. 모니터에서 쿵제의 손길은 검토실의 기대와 달리 엉뚱한 곳으로 향했고 중국 측은 대경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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