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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기론'보도 신중해야 위기 초래 출발점 될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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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그러나 2월 24일에 보도된 "'누가 봐도 위기상황' 기업들 비상경영 돌입"이라는 기사는 경제 위기상황을 주장하기에는 그 근거자료가 미흡하다는 생각이 든다. 제목에서 인용 표시된 '누가 봐도 위기상황'이란 표현만을 보면 우리 기업들 전체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러나 기사를 읽어 보면 이 말은 현대자동차 경영진이 현대자동차의 상황에 대해 말한 것을 인용했음을 알 수 있다.

현대자동차는 해외 매출과 부품의 국내조달 비중이 높아 환율변화에 특히 민감한 기업이다. 환율변동은 양면성을 가진 경제현상이다. 대외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내기업 상황을 고려할 때 환율하락으로 인해 이익을 보는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 수보다 적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국내 기업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만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위기상황'을 보도한 위 기사의 국내 20대 기업 영업이익추이 지표에서 알 수 있듯이 전년도 대비 영업이익이 감소한 기업이 11개, 증가한 기업이 9개다. 게다가 20개 기업 모두가 영업이익 흑자 기업임을 알 수 있다. 전자의 11개 기업들도 영업이익률은 감소했으나 여전히 영업이익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우량기업들이다. 위의 자료에 근거할 때 위기상황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지나친 감이 있다.

지난 1월의 경제 관련 통계자료는 향후 국내경제에 닥칠 어려움을 예고하는 지표다. 그러나 지금이 과연 위기상황인가는 한국 경제와 기업들이 현재와 같은 환율하락과 고유가를 견디지 못할 정도로 구조적으로 취약한가를 검토해 본 후 판단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경제위기론은 국내기업들에 경각심을 심어 주는 긍정적인 효과와 함께 경제심리적 측면에서 소비지출 감소를 초래하는 부정적 효과를 동반한다. 이런 경제위기론의 양면성 때문에 '경제위기 상황이다'는 주장은 조심스러워야만 한다. 위기론의 주장이 위기상황을 사후적이고 객관적으로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위기를 초래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부정적인 경제 지표가 발표될 때마다 경제위기론과 그것의 돌파를 위한 비상대책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기사는 신선감이 떨어진다. 도요타자동차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경기의 호황과 불황에 상관없이 경제구조의 개선과 체질 강화는 지속적으로 진행돼야 하는 과제다. 따라서 보다 나은 경영효율성 추구라는 의제를 설정해 꾸준한 대안을 모색하도록 기업을 독려하는 중앙일보의 역할을 기대해 본다.

이지만 연세대 교수·경영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