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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환율방어와 외환거래 규제 완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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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정부는 실수요자의 해외 주택 구입을 사실상 전면 자유화했다. 그리고 기업들이 회수해야 하는 해외채권 규모를 건당 10만 달러 초과에서 50만 달러 초과로 확대했다. 회수기간도 현행 1년6개월에서 필요시 3년 범위 내에서 연장할 수 있게 했다. 이로써 기업은 대외채권 회수 의무에 따른 부담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해외영업활동을 수행할 수 있게 됐다. 또한 개인의 해외 직접투자 한도를 폐지하고 해외 포트폴리오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국내펀드의 해외펀드 투자제한을 완화했다. 이 밖에 외국환 은행의 외국환 포지션을 전월 말 자기자본의 20%에서 30%로 상향 조정해 외환시장 거래 확대를 꾀했다. 수출로 먹고 살아야 하는 우리로서는 자본수지를 조절하는 것 외에는 마땅히 환율을 방어할 수 있는 길이 없기 때문에 이번 조치는 환율 방어의 유연성과 깊이를 상당 부분 늘릴 수 있는 적절한 정책 대안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부정적 평가도 존재한다. 우선 이번 조치가 구조적 외환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일 뿐만 아니라 정상적인 해외투자보다는 불법.편법 외환 유출만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그것이다. 그리고 잦은 외환정책 변경으로 인한 환율 변동폭 확대와 환투기 가능성 역시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반대 목소리의 논거는 다음과 같다. 해외 주택 구입과 관련해 지금도 100만 달러까지 송금할 수 있지만 실제 평균 송금실적(지난 1월~2월 15일)은 건당 36만 달러에 그쳐 해외 주택 구입 송금한도 폐지의 효과는 극히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2005년의 경우 기업의 건당 50만 달러 이하의 수출 비중이 전체 수출액의 56%를 점하고 있어 50만 달러 이하의 수출대금의 송금 면제는 자칫 기업의 불법 해외부동산 취득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규제 완화 강도가 지나쳐(overshooting) 오히려 외환수급의 급반전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올 들어 경상수지 흑자가 급감하고 있어 자본수지마저 적자로 돌아설 경우 환율 하락이 아닌 상승세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쌍둥이 적자가 해소되지 않는 한, 미국 연방제도이사회(FRB)가 금리를 지속적으로 인상시키지 않는 한 원화 강세-달러 약세의 흐름은 꺾이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급속한 환율 하락 방지를 위해서는 정부와 민간 부문이 공동 전선을 형성해야 한다. 정부는 시장에 대한 '노파심'을 거두지 못한 나머지 시장을 통한 문제 해결에 신뢰를 보내지 않고 있다. 환율방어도 예외가 아니다. 기업 경영의 투명성이 높아진 만큼 기업의 해외투자는 달러의 국내 집중을 완화할 수 있는 좋은 방편이다.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의 단초는 1985년 플라자 협약이었다. 플라자 협약으로 240엔-달러 환율은 불과 2년 사이에 143엔-달러로 엔화 가치가 67%나 평가절상됐다. 일본은 '마른 수건 다시 짜기'식의 자구노력을 기울였지만, 결국 잃어버린 10년을 겪게 된다. 일본 사례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급격한 원화가치 변동을 피하려면, 외환시장에 참가자를 늘려야 한다. 그리고 생산성 제고를 통해 원화 강세의 파고를 넘어야 한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