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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과 동업 당찬 '스무살 창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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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스무살 대학생이 국내 최대 통신기업인 KT(옛 한국통신)의 당당한 동업자가 됐다. 3년 전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창업지원센터에 입주한 최초 고교생'으로 화제가 됐던(본지 2000년 6월 30일자) 인물이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이다.

연세대 컴퓨터산업공학과 2학년의 김규호(金奎鎬)군. ㈜예투의 대표인 그는 지난달 25일 KT와 그 자회사인 KTH(옛 하이텔)와 3자 공동사업 계약을 했다.

金군이 특허를 낸 '예약 투자'라는 사업 모델을 토대로 KT.KTH가 유.무선 통신 네트워크와 마케팅을 지원하며 문화.예술 분야에 직접 투자도 한다는 협정이다.

'예약 투자'는 金군이 서울 금천구 창업센터에 들어갈 때 계획했던 사업 모델. 책이나 영화를 제작할 때 출판사나 영화사가 金군 회사의 인터넷 사이트(http://yetoo.hanmir.com)를 통해 제작 계획을 공개하면 관심있는 소비자들이 미리 책 값을 내거나 영화표를 사 제작비로 쓰도록 한다는 개념이다.

제작이 끝나면 소비자들은 최소한 책이나 영화표는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손해보지 않으며, 이익이 나면 책이나 표 값을 투자금으로 계산해 소비자들과 金군이 이익금을 나눈다는 것이다.

"'예약'이 부족할 경우 제작 경비를 KT가 투자한다는 안전장치를 마련해 소비자들이 책이나 영화표를 못받는 일은 없다"고 金군은 설명했다.

"돈이 없어 책을 못 내는 사람들이 많다"는 아버지 김영근(48.KT문화재단 부산 후생관장)씨의 말에 착안해 3년 전 '예약 투자'아이디어를 개발했던 金군은 그동안 인터넷 사이트를 마련, 사업모델 특허를 내고 회사를 설립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왔다.

2001년에는 '21세기 우수 인재' 대통령 표창과 '모범 청소년'서울시장상을 받았고, 지난해 수시모집으로 연세대에 입학했다. 창업을 준비하면서도 반에서 1등을 놓치지 않을 정도로 학업에도 충실했던 덕분이다.

'예투'가 시작한 첫 사업은 소설 '그레이 홀'과 뮤지컬 '체브라시카의 모험'. 아직까지 일반인의 '예약 투자'는 수백만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金군은 "사업 내용이 알려지면서 올해 2억5천만원 정도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KT의 유창규(38)커머스 콘텐츠사업팀 과장은 "우리가 그를 파트너로 고른 것이 아니라 그가 우리를 선택한 것"이라며 "창의력뿐 아니라 스무살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사업 추진력도 갖추고 있다"고 金군을 평가했다.

가족과 친지에게서 빌린 2억원으로 자본금을 만든 그는 "동물원.영화관.서점 등 온갖 문화시설이 섞여 있는 '예투랜드'를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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