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몽둥이 준비할까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토요일인 13일 오후 서울 청파동1가, 주부 10여명이 동네 양품점에 모였다.
오다가다 마주친 얼굴에 문을 열고 들어섰던 주부들은 이날 새벽 이 양품점에 든 강도 얘기에 모두들 불안스런 얼굴이 됐다.
『막가는 인생이라며 돈을 안내놓으면 모두 죽여버리겠다기에 무조건 다 가져가라 그랬어요.』
『그래도 칼질하지 않은게 다행이예요. 돈은 다시 번다지만 목숨은 어디 그래요.』
얘기를 나누다보니 사실은 10여명의 주부가 모두 강도피해자.
『우리집은 사흘전 오전1시에 3명이 들어왔어요.』『우리집도 그 전날 2명이 들어왔는데….』 10여일새 10건이 넘는 강도출몰을 확인한 주부들은 새삼 놀라고 두려운 표정으로 얼굴을 마주본다. 『이거 하루가 멀다하고 도둑이 드니 겁이 나 살겠어요』
『경찰은 뭐하는지 모르겠어요. 방범초소에 불이 버젓이 켜져 있는데도 밤만되면 강도세상이니….』
『신고하면 더 당한다고 아예 신고 안하는 사람도 많대요.』
주부들의 대화는 자연스럽게 경찰에 대한 성토로 이어졌으나 그럴수록 불안은 더한 표정들.
『별수 없어요. 강도가 들면 아무말 말고 다 줘서 목숨이라도 건지는 수밖에….』
『그럼 강도가 더 날뛰어요. 공기총이든, 야구방망이든 무기를 준비해놓고 시민들이 도둑을 때려잡는 수밖에 없어요. 경찰만 믿고 있다간 시민들만 피해를 보아요.』
경찰의 잇단 방범 비상령에도 날뛰는 강도와 높아만 가는 시민의 불안. 끝내 시민들의 손에 몽둥이가 들려질 것인가. <오병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