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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中 인권운동가 류샤오보 부인 류샤 "시체처럼 누워 있다" 호소

중앙일보

입력

생전의 중국 민주화운동가 류샤오보(왼쪽)과 그의 아내 류샤. 류샤는 중국 당국의 인권 탄압에 항의하는 뜻에서 남편처럼 삭발을 했다. [사진 BBC 캡처]

생전의 중국 민주화운동가 류샤오보(왼쪽)과 그의 아내 류샤. 류샤는 중국 당국의 인권 탄압에 항의하는 뜻에서 남편처럼 삭발을 했다. [사진 BBC 캡처]

지난 7월 간암으로 사망한 중국 인권운동가 류샤오보(劉曉波·1955~2017)의 부인 류샤(劉霞·56)의 고통스러운 근황이 자작시를 통해 전해졌다. 류샤는 루마니아 출신의 저명한 독일 시인 헤르타 뮐러에게 편지 형태로 보낸 시문에서 “식물처럼 살고 있다. 시체처럼 누워있다”고 호소했다.

노벨문학상 시인 뮐러에게 친필 시 써서 표현 #건강 악화로 수술설…지인들 "연금 해제" 촉구

9일(현지시간) 독일에 거주하는 중국 반체제 작가 랴오이우(廖亦武)는 “류샤가 며칠 전 뮐러에게 친필로 시를 써서 보냈다”면서 황색 종이 위에 류샤가 쓴 글의 사진을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2009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뮐러는 2010년 노벨평화상 수상자 류샤오보의 아내 류샤와 예전부터 친분이 있던 것으로 알려진다.

시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다.

독일에 거주하는 중국 반체제 작가 랴오이우(廖亦武)가 9일(현지시간) 트위터에 류샤(劉霞)가 친필로 쓴 글이라며 올린 사진. 류샤가 현재 심경을 2009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헤르타 뮐러에게 시로 표현한 내용이다. [사진 트위터]

독일에 거주하는 중국 반체제 작가 랴오이우(廖亦武)가 9일(현지시간) 트위터에 류샤(劉霞)가 친필로 쓴 글이라며 올린 사진. 류샤가 현재 심경을 2009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헤르타 뮐러에게 시로 표현한 내용이다. [사진 트위터]

친애하는 헤르타에게

‘나는 몸을 웅크리고 있네/ 누군가 문을 두드리네/ 목이 뻣뻣해지지만/ 움직일 수조차 없네/ 나는 중얼거리네/ 미칠 것 같다고/ 너무 외롭다고/ 내겐 큰 소리로 말할 권리조차 없네/ 나는 식물인간처럼 살고 있네/ 나는 시체처럼 누워있네’

Dear Herta:
I huddle myself up
Somebody knocking on the door
My neck become stiff
But I can not leave
I'm talking to myself
I'm getting crazy
I'm so lonely
I don't have right to speak
Speak loud
I'm living like plant
I'm lying like dead body

2016년 4월 '동서시문학'(Poetry East West Magazine) 행사장에서 시인 헤르타 뮐러가 류샤오보의 부인 류샤의 시를 번역 낭송했다. [사진 Poetry East West Magazin]

2016년 4월 '동서시문학'(Poetry East West Magazine) 행사장에서 시인 헤르타 뮐러가 류샤오보의 부인 류샤의 시를 번역 낭송했다. [사진 Poetry East West Magazin]

홍콩 명보는 10일 보도에서 "이 시는 현재 류샤가 처한 암울한 상황을 잘 드러내고 있다. 외국으로 나가고자 도움을 청하는 류샤의 마음이 느껴진다"는 류샤 지인의 말을 전했다.

류샤는 지난 7월15일 류샤오보 장례식에 참석한 것을 끝으로 대외적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류샤오보 사후 한 달 뒤 공개된 유튜브 영상에선 "애도의 마음을 추스를 시간을 달라"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연금 상태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때문에 그의 지지자들과 해외 지인들은 그의 건강 등을 염려하며 중국 정부에 연금 해제를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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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샤는 류샤오보와 만나기 전 촉망받는 여류 시인이었다. 남편을 20년간 옥바라지하면서 종종 그 심경을 시로 표현했을 뿐 아니라 남편을 대신해 중국의 반(反)인권 현실을 세계인에 폭로해왔다. 류샤 역시 8년여 동안 가택 연금 상태로 있으면서 심리적·육체적으로 매우 쇠약해졌고 최근에는 수술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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