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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비주얼 스토리텔러 눈에 비친 해녀는 아름다웠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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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육지의 중간지대를 살아온 해녀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들이었다.”
2014년 한 달간 제주에서 머물며 해녀들의 일상을 취재한 데이비드 앨런 하비(73). 지난 8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에서 제주 해녀 사진전을 여는 자리에서 만난 하비는 해녀들에 대한 단상을 이렇게 표현했다.

전설의 비주얼 스토리텔러 데이비드 앨런 하비가 8일(현지시간) 제주해녀 사진전에서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최정 JTBC뉴욕 기자

전설의 비주얼 스토리텔러 데이비드 앨런 하비가 8일(현지시간) 제주해녀 사진전에서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최정 JTBC뉴욕 기자

하비는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40여 회 넘게 기사를 실어 최다기록을 갖고있는 전설의 비주얼 스토리텔러이다. 제주 해녀들의 물질작업, 농경모습, 해녀의 일상 등을 기록한 사진 50점으로 뉴욕 매디슨 애비뉴에 위치한 코리아소사이어티에서 22일까지 전시회를 연다.

데이비드 앨런 하비, 뉴욕서 사진전 #2014년 한달간 머물며 찍은 사진 50점 #해녀와 같이 잠수하며 강인함 담아내

“86세 해녀도 추운 바다에서 물질을 마다하지 않았다. 10대부터 그렇게 해왔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하더라. 25년전에 딴 잠수 자격증을 빌미로 다이빙을 같이 했다. 그제야 해녀들과 강한 유대감이 생겼다.”

함께 잠수를 한 뒤에는 집에도 초대받고, 퇴근도 같이 하면서 젓가락을 들고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됐단다. 그만큼 해녀들의 자연스런 일상을 렌즈에 담아냈다.

2013년 아리랑TV의 의뢰로 한국의 여러 대상을 촬영하던 중 남해에서 처음 해녀를 만났다. 당시 산소마스크도 없이 20∼30m 바닷속까지 내려가 해산물을 채취하는 해녀들을 보고 탄복했다.

그가 찍은 ‘제주 해녀’ 사진은 스토리가 있고 장편소설을 읽는듯한 진한 감동을 전해준다. 제주 해녀의 삶을 관찰하는 수준이 아니라 분명하고 응집력있는 내러티브로 담아냈기 때문이다.

전설의 비주얼 스토리텔러 데이비드 앨런 하비가 8일(현지시간) 제주해녀 사진전에서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최정 JTBC뉴욕 기자

전설의 비주얼 스토리텔러 데이비드 앨런 하비가 8일(현지시간) 제주해녀 사진전에서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최정 JTBC뉴욕 기자

하비는 해녀 사회에도 직급이 있다고 전했다. 연륜과 능력에 따라 하군ㆍ중군ㆍ상군ㆍ대상군으로 구분돼 공동체를 이뤘다. 물질하기 쉬운 얕은 바다는 어린 하군해녀들의 작업장으로 내주고, 상군 해녀들은 일부러 깊은 바다를 택했단다.

하비는 “이런 규범과 함께 상군 해녀에 대한 하군 해녀의 존경은 해녀공동체를 이끌어가는 힘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전반적으로 지금이 여성 파워 시대인데, 해녀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여성파워를 보여왔다”고 덧붙였다. 해녀들의 강인한 힘을 사진으로나마 느끼게 되면, 보는 사람도 같은 힘을 받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전시회 개최에 흔쾌히 동의했단다.

하비는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는 일상의 현장에서 가슴 뭉클한 휴먼 스토리를 캐내는데 일가견이 있다. 스무살이 되던 해 자신이 살던 버지니아주 노포크에 거주하는 흑인가족의 생활을 카메라에 담아 1966년 ‘있는 그대로 말하라’는 제목의 사진집을 출간하면서 재능을 인정받았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프랑스 10대(代)’‘베를린 장벽’‘마야 문화’‘베트남’‘북미 원주민’‘멕시코’‘나폴리’‘리우데자네이루’‘힙합 문화’ 등을 주제로 포토 에세이 40편 이상을 기고했다. 현재 신진 사진작가의 작품을 중점적으로 싣는 ‘번(Burn)’ 잡지의 창립자이자 편집장을 맡고있다.

이번 전시는 제주도와 코리아소사이어티가 제주해녀의 유네스코 등재 기념으로 공동주최했다. 제주해녀 문화의 세계화를 위한 첫 해외전시회다. 세계적인 보도사진 작가 그룹 ‘매그넘’의 한국에이전트가 주관했고, 제주해녀 책 발간 프로젝트 총감독이었던 이기명씨 등이 큐레이터를 맡았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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