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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대상 2백명 명단철 마련|「인사바람」으로 술렁대는 정가·관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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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새 정부 출범을 10여일 앞두고 새 내각의 하마평, 물러가는 각료들의 거취에 관한 소문들이 무성하다. 떠나는 족은 고별모임이 잇달아 열리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지만 입각과 공천을 향해 뛰는 쪽은 기대와 활기가 뒤섞여 관가·정가가「인사바람」으로 술렁거리고 있다.
삼청동 조각본부 주변은 총리내정 직후부터 조각에 대한 하마평이 그럴싸한 이유와 함께 무성.
현재 내각은 14∼15개 분야로 분류, 각 분야별 10여명씩 2백 명에 가까운 명단이 적힌 후보자 명단철이 노태우당선자와 이지재총리내정자에게 제출된 상태며 자리에 따라 5∼6배수 수준으로 압축한 또 다른 자료도 참고로 제출됐다는 얘기.
이들 자료에는 성향·경력·경험·추진력·신선도 등이 수록됐다는 것.
우선 부총리는 혹자시대의 경제감각에 맞고 노정권의 최우선 현안이 될 물가안정과 새로운 성장전략을 추진할 인물이 등용된다는 원칙론만 거론될 뿐 아직 거명상태에 불과.
후보군으론 비서실장 유력 후보로 올랐던 나웅배 상공장관, 정통파 경제관료 경력을 가진 최창낙 동자장관, 민화위에서 활동이 눈에 띄는 장덕진전농수산강관,황인성전농수산장관,박봉환증권감독원장 이보다 강하게 떠오르고 있으며 조정 서울대교수, 장례준 전 동자장관, 정수창 대한상의회장 등도 물망.
이중 나 장관은 부총리로 승진시키기 위해 비서실장에서 제외됐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는데 나 장관이 이 총리·홍 비서실장내정자와 같이 서울대상대출신이며 성장지(대전)가 이 총리내정자와 같은 충남이라는 점이 「부담」이 될지 모른다는 얘기도 나돌고 있다.
최 장관은 경제기획원차관→산은→한은 총재를 역임한 경력과 청렴 측면이 돋보이고 있으며 장 전 장관은 5공화국의 정부 요직에 참여하지 않은 대목이 관심.
박 증권감독원장은 총리·비서실장에 호남출신이 없었다는 점 때문에 주목을 모으고 있는데 그는 숫적으로 열세인 호남출신 (광주) 정통파 경제관료 출신. 황 전 장관도 호남 중용설에 따라 거명 중.
조 교수는 개각이 있을 때마다 끊임없는 주목대상이었지만 이번에도 총리와의 학연관계로 거명 단계에 머무를 것으로 추측.
경제관료는 임명된지 두 달 정도인 최동섭건설장관이 예외가 될지 모르나 거의 전면 교체될 것으로 보인다.
최광수 외무·정해창 법무·서명원 문교 등 주요장관들은 공교롭게도 대부분 입각한지 얼마 안되는데다 전문적 분야라 유임설이 강력 대두.
이상배 내무는 선거와 지자제실천 착수를 앞둔 업무의 계속성 때문에 선거관리를 담당하지 않겠느냐는 추측이 나오고있다.
그러나 새 공화국 출범 조각인데 5∼6명씩 유임되면 신선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재기용은 극히 소폭일 것이라는 실이 유력.
이번 인사에서 호남출신 대표주자적으로 부상된 손수익전교통과 김창식평통사무총장, 전석홍전남지사 등의 등용 여부가 주목.
감사원장과 안기부장의 경질 여부도 주목.
황영시 감사원장은 재임기간이 길다는(3년10개월) 점 등으로 퇴진이 유력시되고 있고 후임으로 민화위의 서영훈·이한빈씨 등이 거명 상태.
안기부장은 안무혁 현부장의 유임이 유력시되고 있으며 후임물망에 오르고 있는 이춘구 대통령취임준비위원장이 출마를 고집하고있는 상태라서 유임설을 뒷받침.
여성장관은 최근 민정당에 입당한 김윤덕씨와 민화위의 김문희 한국걸스카우트총재 등이 거명만 되는 상태.
야당에서 각료 추천을 받겠다는 것은 노 당선자의 약속이라는 점에서 추진하고 있으나 실사결과 적격자가 거의 없다는 것. 다만 많은 장관출신들을 가진 공화당에 대상자가 없지는 않으나 총선전 실현은 불가능한 상태.
청와대 스태프진용은 현재 10개 수석비서실을 5개 또는6개로 줄일 것인지 아직 결정이 안된 상태나 대통령 취임준비위 멤버인 최병렬·현홍주·강용식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으며 민정당 공천을 포기한 이영호 전 체육장관이 물망 대상.
신설되는 통일외교와 교육문화 특별보좌관 자리는 박동진 의원과 민화위준비위원장을 맡았던 조일문 의원이 거명되고 있다.
박 의원은 노 정권이 대중공관계정상화, 공산권 외교에 중점을 둘 것이라는 측면에서 강력 등장. 그는 지역구공천을 사퇴하기도해 내정설을 뒷받침.
조 의원은 김준엽 전 고대총장처럼 독립운동→학계(건국대총장)코스를 밟은 점 등이 노 당선자에게 높이 평가되고 있다는 것.
퇴임 10여일을 남겨두고 있는 정부 각 부처 각료들은 고별모임 등 신변 정리를 하고 있어 어수선.
김정렬 국무총리는 지난주 성북동 모 갈비집에서 채문식 대표위원 등 새로 임명된 민정당 당직자와 몇몇 장관들을 초청,
총리 취임 후 처음으로 「당정만찬회동」을 주재한데 이어 15일에는 재경대학총장, 16일에는 언론사 사장단 등과 고별만찬 계획을 잡는 등 퇴임을 앞두고 본격적 신변정리에 착수.
유임설이 강력히 돌고있는 최광수 외무장관은 「스스로가 가장 비정치적임을 보여주는 탁월한 정치력을 갖고있다」 는 세평처럼 조금의 동요도 없이 일에만 전념하는 모습.
최 장관은 그러면서도 만나는 사람마다 『곧 떠날 사람인데…』라고 사족을 달고있지만 주위에서는 『얼마 전 장관실로 찾아온 민정당 H의원과 단 둘이서 한 동안 얘기를 나눈 뒤부터 기분이 좋은 것 같다』고 유임을 기대.
이상희 내무장관의 경우 본인자신은 언제라도 물러나겠다는 말을 별 거리낌없이 하고있지만 주변에서는 『노 차기대통령이 오는 총선까지는 놓아주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
서명원 문교장관의 경우도 역대 문교장관 중 인기가 높은 편이어서 유임을 점치는 소리가 높은데 서 장관 자신도 취임 이후 줄곧 하던 「시한부 장관」이란 말을 최근 들어서는 하지 않고 있다고.
경제부처의 경우 상당수가 교체될 것으로 예상하고 대부분의 장관들이 자리를 뜰 준비를 하고있는 상태.
특히 12일 상오 경제기획원에서 열린 정례경제장관회의는 사실상 5공화국 경제 팀의 해단식까지 겸한 인상이어서 참석자 모두 착잡한 표정이었다는 후문.
정인용 경제기획원장관은 이 자리에서 『그동안 고생 많으셨읍니다. 특별한 안건이 없으면 오늘 회의가 마지막이 될 것 같습니다』고 인사말을 한 뒤 그의 즉석제안으로 예정에도 없던 기념촬영을 끝내고 오찬까지 함께 했다는 것.
사공길 재무장관은 취임 7개월밖에 안돼 유임설과 교체설이 교차되고 있는데 능력은 높이 평가받고 있으나 「TK마피아」란 딱지가 핸디캡.
한편 부총리 영전설이 돌고있는 최창낙 동자장관 후임에는 이봉서 차관설이, 오명 체신은 유임쪽으로 박긍식 과기처후임에는 이관 울산대총장·권원기 차관·조완규 서울대총장·민정당 이상희 의원·채영복 화학연구소장 등이 거론.
출마 쪽으로 마음을 굳힌 장관들은 더욱 바빠진 느낌.
민정당공천을 신청중인 허문도 통일원장관은 술을 절반 이상 줄이는 등 체력관리에 열중이고, 이종률 정무장관은 남원지역 출마를 굳히고 있으며, 용인지역 출마의사를 굳혀가고 있는 이웅희 문공장관도 모임에 참석하고 사람 만나기에 여념이 없다. <박보균·이연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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