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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파업강행] 노조와 공사 측 입장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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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철도노조가 1일 파업에 돌입해 물류수송에 비상이 걸렸다. 화물열차의 배정이 중단된 부산항 신선대역은 한산한 모습이다. [부산=연합뉴스]

철도노조는 1일 중앙노동위원회의 직권중재 회부 결정에도 불구하고 불법의 부담을 무릅쓰며 파업에 돌입했다. 왜 그랬을까.

노조는 그동안 사용자 측인 철도공사와의 단체협상에서 총 372개 안건을 제시했다. 노사는 이중 284개 항목에는 합의했다.

하지만 4개 핵심 항목이 협상의 발목을 잡았다. ▶철도 상업화 철회와 공공성 강화▶해고자 67명 전원 복직▶인력 3200명 증원▶비정규직 차별 철폐 등이다.

우선 노조는 공사가 추진하는 적자 역과 적자 노선 폐지 계획을 철회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철도의 공공성을 강화하라는 명분에서다. 이를 위해 장애인과 노약자에 대한 할인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이 같은 명분은 여론에 적잖은 호소력이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공사 관계자는 "적자 역과 적자 노선을 유지하느라 매년 319억원의 적자를 보고 있다"면서 "명분이야 좋지만 그럼 그 적자를 결국 국민 세금으로 다 메우란 말이냐"고 지적했다. 철도의 공공성을 앞세우지만 결국은 부담을 다 국민에게 지우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를 막기 위해선 철도운영 합리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노조는 해고자 전원 복직도 요구하고 있다. 명분은 "철도의 공공성을 위해 투쟁한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해고자 복직은 법적으로 쟁의대상이 아니다.

또 만일 철도노조 해고자를 복직시키면 다른 사업장 해고자들도 복직시켜야 한다. 따라서 받아들일 수 없을 뿐 아니라 단독으로 결정할 사안도 아니라는 게 공사의 입장이다.

노조가 요구하는 인력 증원이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대해서도 공사는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철도공사의 현재 부채는 4조5000억원. 노조 요구를 받아들이면 매년 1000억원 이상의 추가 부담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비정규직 법안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함에 따라 철도노조로선 막다른 골목에 몰렸다.

지난달 말 민주노총 조준호 신임 위원장은 지난달 23일 "철도노조의 파업으로 투쟁의 물꼬를 터달라"고 촉구했다. 철도노조가 민주노총과 정부가 벌이는 싸움의 첨병이 된 셈이다. 철도노조 김영훈 위원장이 "정치권이 노조를 파업의 시험대에 올려놓았다"고 말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부의 입장은 단호하다.

유재영 철도공사 노무실장은 "노조의 핵심 요구 사항은 공사가 수용할 수 있는 차원을 넘어섰다"고 말했다.일종의 정치투쟁이라는 것이다. 건교부 정덕모 철도기획관도 "노조 요구는 단체교섭 대상이 아니다"라면서 "노사 스스로 자구노력 없이 무조건 정부에 손만 벌리려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철도공사 파업은 서로 물러날 명분이 별로 없어 자칫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

◆ 단체협상과 임금협상=단체협상은 근로자의 근로조건과 복지향상을 위해 노사 간에 벌이는 협상이다. 임금협상은 근로자의 월 급여와 성과급.수당 등 금전적인 보상에 대한 것이다. 이번 철도노조의 파업은 임금협상이 아니라 근로조건을 둘러싼 단체협상이 결렬된 데 따른 것이다.

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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